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자원개발업체 유아이에너지 전 대표 최규선(53)씨가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가 다수 포함된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는 배경에 전관(前官)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씨는 법무법인 화우와 광장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최씨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해 승소했던 행정소송은 태평양, 로고스, L.K.B&파트너스가 맡고 있는 등 대형 로펌 5곳이 최씨 방어에 나서고 있다. 로펌마다 변호사 3~4명이 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씨는 20명 안팎의 변호인을 두고 있는 셈이다.
특히 화우에서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수사 초기부터 최씨를 변호하고 있고, L.K.B&파트너스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사건 특검을 맡았던 이광범 변호사가 뛰고 있다. 다른 로펌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관 변호사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특검은 "영장실질심사와 행정소송에만 최씨 변호를 맡았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검찰 최고위직 출신 A변호사, 검사장 출신의 특수통 B씨도 자문 형식으로 최씨를 변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변호사는 "최씨에게서 전화가 오면 하소연을 들어주는 등 자문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정도 변호인을 거느리려면 변호사 비용으로만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2002년 이른바 '최규선게이트'로 옥고를 치른 최씨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월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최씨 소유의 또 다른 회사인 현대피앤씨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여왔다. 최씨는 최근 녹내장 수술을 이유로 서울 강남의 안과전문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검찰은 최씨가 유아이에너지에서 200억원대, 현대피앤씨에서 10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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