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를 떠나서는 생명과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줄기세포 연구는 한때 풍미했던 유전자 치료나 분자생물학, 게놈 연구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고 병에 걸리는지를 근본적인 생명현상을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미래 생명공학은 줄기세포를 잘 이해하고 다루는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주도권을 쥘 것입니다."
지난 9일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맥클레인병원에서 만난 김광수(59)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펀드까지 조성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 지원하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의 치명적인 단점인 암세포로의 변이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뇌 신경학자로 관련논문을 130여편이나 발표했다. 그는 2009년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나 DNA를 사용하지 않고 단백질만으로도 iPS세포를 만드는 방식으로 암세포로 바뀌지 않은 iPS세포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룩해 과학전문지 '네이처'에서 '올해의 리서치 하이라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iPS세포를 이용해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과 정신분열병(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 등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특정 질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iPS세포를 만들어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뒤 병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병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치료법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동물실험으로는 연구가 불가능한 우울증과 조현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원인을 iPS세포를 이용해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이런 일련의 연구가 성공하려면 제멋대로 분화하는 iPS세포를 통제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했다. iPS세포를 질병연구나 치료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스턴=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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