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이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라면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 임원은 미국 공항에 도착한 뒤 신고를 받은 현지 경찰에 의해 사실상 입국이 거부 당해 도로 귀국했다.
21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 상무 A(53)씨는 회사 출장업무를 위해 지난 15일 오후 인천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 비즈니스석에 탄 A씨는 탑승 직후부터 짐칸에 주변 자리 승객의 짐이 먼저 보관돼 있는 것을 보고는 승무원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하면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첫번째 기내식을 받은 뒤 "밥이 식었다"며 두 차례나 돌려보내고 라면과 삼각김밥을 주문했다. 승무원이 라면을 가져오자 "덜 익었다"며 다시 끓여오라고 했고, 전자렌지로 익혀 오자 "(먼저) 먹어 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밖에도 각종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반말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을 때 A씨는 승무원이 취식 여부를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라면을 끓여왔던 승무원을 찾은 뒤 갑자기 "왜 라면을 안 주느냐"며 잡지책 모서리로 승무원의 눈두덩이를 가격했다. 비행기 사무장이 "승무원이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얼굴을 때린 것은 불법행위"라고 했으나, A씨는 폭행 사실을 계속 부인했다.
이 항공기 기장은 상황을 보고받고 LA공항에 도착한 뒤 현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이 공항에 출동해 A씨에게 현지에서 조사를 받거나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미국 입국을 못하게 된 A씨는 그대로 귀국했다.
21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는 A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A씨의 경력과 사진까지 온라인에 공개돼 신상털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아이디 '에어버스***'인 네티즌은 "저런 인격을 가진 X이 어떻게 대기업 임원이 될 수 있나"고 했고, 아이디 'inau****'는 "(대기업) 상무 나부랭이가 무슨 권력이라고 항공기 안에서 난동질이냐"고 비난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회사에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현재 감사 담당부서에서 진상을 면밀하게 조사 중이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인 신상과 관련된 문제라 자세히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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