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수주' 건설사들 딜레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수주' 건설사들 딜레마

입력
2013.04.21 18:31
0 0

'저가 수주'로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건설사 경영 역량에 대한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와 증권사에 따르면 GS건설 '실적 쇼크' 이후 최근 열흘 만에 우량 건설업체 종목들의 시가총액 4조5,00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 15개 종목의 시총이 열흘간 평균 10%씩 급감한 것이다. 이 같은 건설업계에 대한 불안과 불신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플랜트나 주택단지 등이 수주부터 완공까지 2~4년이 소요되는 건설업의 특성을 감안해 단기간의 실적 등락보다는 긴 호흡으로 건설사들을 평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건설업 상황이 단기간 내 호전될 기미는 찾기 힘들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특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건설업계가 고난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건설사들이 업황의 주기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제조업체 보다 엔지니어 등 핵심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호황기에 충원된 인력을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쉽게 구조조정 하지 못한다. 결국 수주가 없어도 인건비는 별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손실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계속 수주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2009~10년 중동에서 플랜트 '저가 수주'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국내 주택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때마침 최저가낙찰제 시행으로 공공발주 물량에 대한 수익이 점점 축소됐다. 결국 국내 건설사들은 앞다퉈 해외로 눈을 돌려 중동의 플랜트 수주에 뛰어들었고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입은 손실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도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게 건설업계의 평이다. 정부의 참여압박도 있었지만, 위기에 처한 건설사 입장에서 4대강사업은 꼭 필요한 일감이었다. 그러나 빡빡한 공기로 야간작업이 이어지고 난공사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원가율(매출액 대비 투입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다수의 참여업체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말한다. 한 대형건설사가 맡은 2개 보 공사의 원가율은 각각 110%와 105%로 '밑지는 장사'였다. 4대강사업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들도 원가율 공개를 꺼리지만 손해를 본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국내외 시장 성장은 답보상태인데, 대부분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이나 경쟁력 제고 등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보다는 막연히 업황이 좋아지기만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에는 저가수주가 만연하고 있다.

이 와중에 특화된 기술을 갖춘 중견건설사들 마저 대형사들의 영역 침범으로 고생하고 있다. 수(水)처리 분야 시장을 선도하던 태영건설은 최근 몇 년 새 대형건설사들의 대거 진출로 큰 타격을 입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수주가격이 점점 낮아져 이제는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혼탁해지면서 새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임대관리 등 업역(業域)을 넓히고, 공종별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 경쟁력을 갖추는 건설사 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