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당연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창업자이자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빌 게이츠(57)가 21일 서울대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게이츠는 1시간 남짓한 강연 시간 대부분을 서울대생들과의 대화에 할애하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빌'이라 불러달라"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고, 학생들은 이에 "하이 빌"이라고 화답했다.
게이츠는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을 단순한 지식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전공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당시 목표로 했던 컴퓨터의 대중화를 학업이 발목 잡는다고 여겨 학교를 과감히 그만 뒀다"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신재생에너지, 빈곤 퇴치, 백신 개발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비타민A가 들어있는 유전자 조작 쌀인 '황금쌀'을 예로 들며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면서도 "부작용과 비싼 가격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현우(22ㆍ동물생명공학과 3년)씨는 "본인의 전공인 컴퓨터 외에 에너지, 빈곤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게 인상적이었다"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추첨에 뽑힌 학생들만 참석할 수 있었다. 이를 모르고 강연장을 찾은 시민 학생 등 50여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동원(56)씨는 "추첨 관련 공지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못 들어간다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게이츠 측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인원 제한을 요청해 지원한 학생 1,600명 중 280여명을 추첨으로 뽑았던 것"이라며 "추첨 공지가 재학생만 볼 수 있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이뤄져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초청으로 20일 2박3일 일정으로 입국한 게이츠는 방한 첫 날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만났으며, 22일에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창조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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