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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린채 주택가 보트에 숨어있던 동생, 경찰과 총격전 끝 생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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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린채 주택가 보트에 숨어있던 동생, 경찰과 총격전 끝 생포돼

입력
2013.04.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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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사망자와 170여명의 부상자를 낸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 형제 중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가 19일(현지시간) 새벽 도주 중 사망한 데 이어, 20시간 만에 동생 조하르(19)도 경찰과 치열한 총격전 끝에 생포됐다. 용의자들이 테러 발생 나흘 만에 모두 검거됐으나, 동생이 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진술할 수 없는 상태여서 범행 동기와 배후에 대한 의문점은 풀리지 않고 있다.

연방수사국(FBI)과 보스턴 경찰 등 수사 당국은 19일 오후 8시45분께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 지역 주택가의 보트에 숨어 있던 조하르를 체포했다. 앞서 18일 밤부터 FBI 등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보스턴 교외 워터타운까지 형제를 뒤쫓는 추격전을 벌었다. 타메를란은 추격전 중 경찰의 총에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조하르가 검정색 SUV차를 강탈해 이를 몰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형을 치어 사망케 한 것으로 밝혀졌다. CNN방송에 따르면 경찰 2, 3명이 타메를란을 제압하는 중 타메를란이 돌진해 오는 조하르의 차를 피하지 못하고 차에 걸린 채로 질질 끌려가 결국 사망했다. 이후 경찰은 차를 버리고 주택가로 숨은 조하르를 블랙호크 헬기까지 동원, 대대적으로 수색했다. 조하르는 주택가 마당에 세워진 흰색 보트 속에 숨어 있다 보트에 씌워놓은 방수포에 피가 묻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집 주인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조하르는 출동한 경찰에 총격을 가하며 두 시간 가량 대치하다 생포됐다. 경찰은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조하르가 "안정적이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어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형제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출신으로 2001년 러시아 남부 이슬람 자치공화국인 다게스탄 공화국으로 이주했다가 1년 후 미국으로 이민 갔다. 이슬람 세력인 다게스탄은 지금까지도 러시아 정부와 경찰을 상대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 1994년 이후 러시아와 두차례 분리독립 전쟁을 벌인 체첸 이슬람 반군이 진압된 뒤 잔류세력이 숨어들어간 곳이기도 하다. 형 타메를란은 지난해 중순부터 약 6개월간 체첸과 다게스탄을 여행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당국은 그가 테러단체와 접촉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유투브에 '테러리스트' '이슬람' 등의 채널을 개설, 이슬람 극단주의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테러가 실제 이슬람 조직과 연계된 것인지,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외로운 늑대'형 범행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2011년 타메를란에 대한 정보를 FBI에 넘겨줬고, FBI는 이를 토대로 그를 심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형제의 어머니는 "아이들은 내게 아무것도 숨긴 적이 없고 테러에 관해 전혀 말한 적이 없다"며 "모함"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9ㆍ11 테러 이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대테러 체계를 구축했으나, 미국 내에서 개인이 자행하는 소규모 테러는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고 대테러 전략의 허점을 지적했다. 용의자 파악도 시민들의 제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여자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결승선 근처에 있다가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만(27)은 수술 후 "폭탄가방을 놓던 사람을 봤다"고 쓴 쪽지를 FBI에 전달, 용의자를 확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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