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 시장에 '수입차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신규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폭발적 증가세가 중고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인데,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더 빨리,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중고차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중고차 매매업체인 SK엔카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SK엔카에 매물로 등록된 중고 수입차는 2만5,639대로 전체 등록 중고차 가운데 12.24%를 차지했다. 차량 대수나 비중 면에서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SK엔카 관계자는 "작년 3월 매물로 나온 중고 수입차 9,928대에 비해 1년 사이에 수입차 매물이 2.5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며 "중고차 시장의 '수입차 쓰나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이한 건 수입 중고차의 매물 비중이 신규 자동차 시장에서 10%를 조금 웃도는 수입차의 점유율보다 더욱 높다는 점.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무엇보다 수입차의 감가상각률이 국산차보다 더 높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잖아도 국산차보다 선호되는데 상대적으로 더 싼값에 나오다 보니 인기를 끈다는 것. SK엔카 관계자는 "국산차를 사러 왔다가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제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입차와 국산차가 한판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보통 3년으로 제한된 수입차의 보증수리 기간이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부품값이나 공임이 국산차의 3배가 넘다 보니 3년 정도의 무상보증 기간이 끝나면 차를 내다파는 소비자들이 다수"라며 "이로 인해 보증 기간이 만료된 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른바 '카 푸어'를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수입차 업체들의 원금유예 할부프로그램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 값의 일부만 내고 차를 받아 타면서 3년간 이자만 내다가 만기 때 잔금을 목돈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달리는 운전자들이 타던 차를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공급이 많아진다는 건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가격은 내려간다는 것. 신차 가격이 부담돼 포기했다면 중고 시장에서 한번 욕심내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TV 드라마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볼보 C70의 경우 디자인과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2008년식이 2,3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신차(7,090만원) 1대 값으로 3대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사고 사실을 숨긴다거나 주행 거리 조작 등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가 수입차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며 "믿을 수 있고, 사후 문제 발생시 책임을 질 수 있는 매매상사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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