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의 테러 전문가 피터 베르겐은 20일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용의자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의 범행 동기와 배후 조직 등을 둘러싼 의문을 이전 테러 사례에 비교해 설명했다.
가장 큰 의문점은 미국에서 자란 이들 형제가 테러범이 된 과정이다. 차르나예프 형제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미국에 정착, 시민권과 영주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테러세력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베르겐은 2009년 텍사스주 포트 후드 미군기지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니달 말릭 하산 전 소령이 버지니아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급진화했다는 점을 들어 "이들 형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산은 예멘을 근거지로 한 극단주의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와 교신했고, 지하드(성전)를 명분으로 동료 군인을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자문했다. 베르겐은 당국이 차르나예프 형제의 인터넷 이용 기록을 추적해 알올라키 같은 극단 이슬람 성직자나 알카에다 등 무장단체와 접촉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언급했다.
차르나예프 형제가 체첸 자치공화국에 인접한 다케스탄 공화국 출신이라는 점도 범행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러시아를 상대로 분리독립 전쟁을 벌인 체첸 반군은 두 형제가 미국 이민 전 살았던 캅카스 지역에 이슬람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했다. 형제가 어릴 때 이곳을 떠났기 때문에 이번 범행을 떠나온 고국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베르겐은 "어릴 때 미국에 온 이민자 세대가 느끼는 고국 정치의 중요성은 부모 세대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부모 세대는 자발적으로 미국에 간 만큼 고국의 혼란을 외면하는 반면 이들 세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9ㆍ11 테러 이후 소말리아 출신의 젊은 미국 이민자들이 대거 소말리아 내전에 참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차르나예프 형제가 사전에 폭파 훈련이나 범행 연습을 했는 지에 대해 베르겐은 "훈련이나 연습없이 치명적인 폭탄 두 개를 수 초 간격으로 성공적으로 폭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베르겐은 "폭탄 제조법이 인터넷상에 있지만 효과적인 폭탄을 만드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형 타메를란이 지난해 러시아 방문 당시 체첸 반군에게서 훈련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스턴 테러는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고 이슬람에 심취했던 형 타메를란이 주도하고 동생 조하르가 동조해 일으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베르겐은 "형제가 함께 테러를 벌인 경우는 예상보다 많다"며 "9ㆍ11 테러 때도 19명의 비행기 납치범 중 세 쌍이 형제였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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