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초·중ㆍ고등학생의 신체 발육이 또래 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운재단은 21일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생활시설 아동 건강 영향평가' 결과 "시설에서 지내는 청소년의 키와 몸무게가 또래보다 0.5~13㎝ 작고 몸무게는 0.3~13.1㎏ 덜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재단이 임종한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팀, 이정은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과 함께 이달초 서울과 지방의 보육원 3곳의 초ㆍ중고교생 107명을 대상으로 키와 몸무게를 측정한 뒤 평균값을 지난해 교육부의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와 비교해 분석했다.
시설의 남녀 청소년의 키는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을 제외하고 모두 또래 평균에 비해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초등학교 4학년 시설 여학생의 평균키는 124.7㎝로 또래 평균인 138.5㎝보다 13.8㎝나 작았고 같은 학년 남학생의 평균키도 131.7㎝로 또래 평균인 139.1㎝보다 7.4㎝ 작았다.
성장기인 중학교 시기에는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시설의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평균키는 153.1㎝로 또래 평균보다 5.1㎝ 작았고 중학교 2학년 남학생도 158.5㎝로 또래보다 5.8㎝ 작았다. 여학생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다. 시설의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키는 154.8cm로 또래 평균 대비 7.7cm나 작았다.
시설 아동의 몸무게 역시 평균에 비해 크게 미달했다. 시설의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몸무게(44.5㎏)와 같은 학년 여학생 몸무게(44.7㎏)는 각각 또래 평균보다 13.1㎏, 7㎏이나 가벼웠다.
임종한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시설 아동의 경우 영양상태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입소를 하는 경우가 많아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빈곤 아동을 위한 급식비가 부족해 오히려 또래 아동의 평균 식단보다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이미 부족한 영양상태가 개선하기는 커녕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의심되는 비율은 32.7%로 전국 평균인 13.5%를 크게 초과해 이들의 정서 상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영양 부족으로 인해 신경계 발달이 취약하거나, 정서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 스트레스에 노출된 환경 등 후천적 요인도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 교수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성장기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신경계 성장에 꼭 필요한 불포화 지방산 등을 생성하는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국 1만7,000여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원의 한끼 식사비는 지난해 1,400원으로, 가정이 있어 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생활하는 아동 식사비(약 3,500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보육원 식비인상을 위한 국민운동까지 벌어졌지만 국회는 물가상승폭에 맞춰 올해 예산을 한끼 1,500원으로 고작 100원 올리는 데 그쳤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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