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2001~2009년 재임) 관련 자료를 전시 보관하는 대통령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그의 공과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보스턴마라톤 테러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정부의 테러 대응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테러와의 전쟁 등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일고 있다.
25일 열리는 부시 대통령기념관 개관식에는 오바마와 함께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이 참석한다. 부시와 친분이 깊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참석한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서던메소디스트대에 1,300㎡ 규모로 설립된 기념관은 재임 중 치적에 관한 영상물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 기록물을 보관하는 도서관으로 구성된다. 열세번째 미국 대통령기념관으로 법률에 따라 운영예산을 지원받는다.
다음달 1일부터 일반에 공개될 박물관 전시물 중 핵심은 25건의 영상물. 뉴욕타임스(NYT)는 감세, 낙제학생 방지법, 종교기관을 통한 복지서비스 등 부시 행정부가 자랑하는 치적을 다룬 영상도 있지만 테러와의 전쟁, 금융위기 등 비판적 논쟁이 뒤따른 사안을 다룬 것도 있다며 “다른 대통령기념관이 그렇듯 자화자찬식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정부의 이라크 침공 및 증파,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금융위기 대응 노력을 담은 4분짜리 영상을 보여준 뒤 관람객이 터치스크린 투표를 통해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꾸민 상영관은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물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하지만 자기옹호성 전시물도 곳곳에 배치됐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사 라이스는 한 영상물의 내레이터를 맡아 “(테러가 일어난) 9월11일에 당신이 결정권자 자리에 있었다면 매일이 9월12일 같았을 것”이라며 이라크전쟁을 옹호했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전 이후 사담 후세인 정권이 WMD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하는 영상도 있다. 9·11테러 및 이라크 침공 장면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9·11테러 현장의 잔해도 전시됐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기념관 개관식에 맞춰 부시를 비난하는 가두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향 텍사스에서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 활동 등을 하며 비교적 조용한 퇴임 생활을 하던 부시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보스턴마라톤 테러가 일어나기 직전 잡지 인터뷰(19일 공개)에서 “나와 오바마의 노력 덕분에 미국은 더욱 안전한 곳이 됐다”고도 하고 동생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2016년 대선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일부 텍사스 언론들은 부시가 공화당원임에도 총기규제 찬성론자였다는 점을 부각하는 등 호의적 재평가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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