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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수사 축소·은폐한 경찰도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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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수사 축소·은폐한 경찰도 수사해야

입력
2013.04.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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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사건을 축소ㆍ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수사를 총괄했던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서울경찰청은 물론 경찰청까지 동원돼 수사 내내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권 과장에 따르면 경찰 고위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등 여러 차례 지침을 줬다. 수사팀이 대선 관련 78개의 키워드를 발견해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했지만 서울경찰청은 4개로 줄이도록 지시했고, 분석과정에서도 김씨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고 파일을 들춰봤다고 한다. 서울경찰청은 분석이 끝난 하드디스크를 일선 수사팀에 돌려주지 않으려다 수사팀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건네주기도 했다.

수사 실무 책임자의 이런 폭로를 듣고 보면 경찰이 왜 대선을 사흘 앞두고 사실상 무혐의 취지의 중간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는지 의문이 풀린다. 4개월 이상을 끌다 내놓은 수사결과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에는 관여했지만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해괴한 결론을 내린 이유도 짐작이 간다. 애초 진상을 밝힐 의지가 없었을 뿐 아니라 미리 선을 그어놓고 수사를 했으니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중간수사결과라는 것도 일선 수사팀이 만든 게 아니라 서울경찰청이 작성한 자료를 넘겨받아 30분 만에 배포한 것이라지 않는가.

경찰 수뇌부의 이 같은 압력 행사와 월권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수사와 함께 경찰 수뇌부의 축소ㆍ은폐 실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권 과장의 폭로가 나오자 일선에서는 부당한 수사개입, 지휘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새로 들어선 경찰 수뇌부는 명예회복을 위해 자체 진상조사와 별개로 부당한 수사지휘를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이런 한심한 수준의 의식과 자세로는 수사권 독립을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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