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엔화약세를 초래하는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사실상 승인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엔저를 용인하면 화폐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저지에 나섰으나 결국 소득이 없었다. 이번 회의 결과의 피해국으로 신흥국가들과 함께 한국이 거론되는 이유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18,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시에서 회의를 연 뒤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 일본의 양적 완화정책을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국내 정책"이라고 명시했다. 선언문에는 "선진국의 지속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일본의 양적 완화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G20이 일본은행의 최근 결정은 디플레이션을 끝내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했고, 엔화 가치 하락과 관련해선 비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일본 정부의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다. 외신들은 일본의 전방위적 설득으로 결국 마지막 날 각국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전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마지막날 회의에 앞서 "우리의 통화 정책은 가격 안정과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한 것이란 점을 설명했고 회의에서 이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수출에서 피해가 큰 신흥국들의 엔저 저지 노력은 무위에 그쳤다. 특히 취임 후 첫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내려 했던 현 부총리도 타격을 받게 됐다. 현 부총리는 18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엔저가 한국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북한 리스크보다 크다"며 "엔저 현상이 자칫 '통화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폐회 뒤 "일본대표들이 '한국이 엔저 영향을 많이 받게 돼서 미안하다'라고 하더라"며 "진심에서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도 한국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당연히 안다"고 씁쓸해 했다.
회의 결과에 대해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월 모스크바 G20회의 때와 달리 이번 선언문에는 '유념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가는 등 진전된 점도 있다"고 해명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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