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 공방이 확산일로다. 대체휴일이란 법정 공휴일이 일요일이 될 경우, 평일 하루를 휴일로 지정하는 것. 예컨대 금년 어린이날(5월5일)은 일요일이므로, 월요일인 6일을 휴일로 해서 연휴를 갖게 하자는 개념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3일 정도의 휴일이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의 대체휴일 법안(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재계는 부담가중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내에서도 내수서비스업종과 제조업종의 입장이 다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온도차가 느껴진다.
일단 정치권과 노동당국은 찬성입장이다. 대체휴일을 통해 재충전 기회를 갖게 되면 삶의 질이 개선되고 그 만큼 노동 생산성도 오를 것이라는 게 찬성론자들의 견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구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보장된 연차도 눈치 보느라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남기는 게 우리나라 근로환경"이라며 "대체휴일이 생기면 근로자 휴식권도 그만큼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공휴일이 늘어나면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대체휴일제에 따른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 활동으로만 약 4조9,178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나고 고용유발효과도 8만5,282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재계는 전제부터 다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휴식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 경총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휴일은 연 16일로 이미 호주(12일), 프랑스(11일), 독일ㆍ미국(10일), 영국(8일) 등을 능가한다. 여기에 법정 연차휴가(15~25일)와 토ㆍ일요일 쉬는 날(104일)을 더하면 연 휴일은 135∼145일에 달해, 연차휴가가 30일로 최다인 프랑스(145일)와 비슷하고 호주(136일) 독일(134일) 영국(132일)에 비해 많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생산이나 고용이 유발되는 것보다 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더 많아 결국 득보다 실이 크게 될 것"이라며 "대체휴일제 도입시 32조4,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 내에서도 미묘하게 입장은 엇갈린다. 철강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제조업체들은 대체휴일 도입 시 휴일근무수당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로 반대의견이 크지만, 내수 서비스업종은 오히려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휴일이 늘어나면 그만큼 씀씀이가 커져 확실히 내수경기에는 플러스 효과가 될 것"이라며 "관광, 백화점, 영화관, 놀이공원, 항공사 등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시각차가 난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인건비 증가분을 견딜 수 있지만, 타격은 중소기업 쪽이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441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가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철행 전경련 투자고용팀장은 "대체휴일제가 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과 관광 등 내수 산업 활성화에 목적이 있다면 이 정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시간 근로문제는 영세한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중소기업 인력난을 더 부추기게 될 것이고, 관광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 내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공방에도 불구, 현재로선 법안 통과가 유력한 상황.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국정추진과제로 포함시켰다. 연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에는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는 날이 없어 실제 시행은 2015년 3ㆍ1절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때도 비슷한 공방은 있었지만 연착륙되지 않았나"라며 "대체휴일도 결국은 세계적 흐름에 맞게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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