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리쇼어링'바람이 일본에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인 '집단 U턴'을 독려하고 있어, 부족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국의 리쇼어링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해외에서 국내로 공장을 옮기는 자국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권 자민당 내 일본경제재생본부가 만든 '대(對) 정부제언'초안에는 일본 기업이 해외공장 문을 닫고 국내 공장을 신설할 경우 일정 기간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제언은 이달 중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로 확정된다.
또 해외공장 폐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매각 이익에 대해선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지역경제 회생 노력"으로 평가했다.
일본 기업들의 공장이전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에 공장을 많이 두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중국 내 임금이 상승하고 영토 분쟁까지 겹치자 최근 들어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 필리핀 공장 가동이 예정된 후나이전기가 대표적인 케이스. 노트북을 생산하는 일본 NEC도 중국보다 본국의 생산량을 더 늘리기로 했고, 후지제록스와 닛산 역시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금이 싼 아시아 내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이거나, 본국 생산 비중을 높이는 식이었을 뿐 공장 자체를 국내로 돌리는 건 아니었다. 이에 아베 총리 출범 이후 대대적인 경제회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중국을 떠나는 일본기업에 제3국 아닌 본국으로 돌아오라고 '러브 콜'을 보내게 된 것이다.
리쇼어링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재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대적 리쇼어링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과 구글 등 주요 대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등 리쇼어링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야심작인 안경형 착용 컴퓨터 '구글 글라스'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애플도 지난해 12월 1억달러를 투입해 개인용컴퓨터(PC)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옮겨오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도 멕시코 등에 퍼져 있는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 미국 내 리쇼어링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2만5,000여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리쇼어링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U턴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자 중국에 진출했던 주얼리 업체 14곳이 전북 익산으로 집단 U턴을 했고, 이후 7개 업체도 여기에 추가로 참여했다. 올해에도 부산으로 집단 U턴하기로 한 신발업체 4곳을 포함, 10개 기업이 이달 초 5개 지방자치단체와 이전 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와 실업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각국 정부는 국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과거엔 비용절감 차원에서 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했지만, 이젠 반대로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대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에 나간 국내기업을 돌아오게 하고, 나가려고 하는 국내기업을 유지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며 "각국의 기업유치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 리쇼어링(re-shoring)이란
기업의 해외진출을 뜻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 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으며, 한국정부는 U턴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