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강진으로 무려 8만6,000여명이 희생된 중국 쓰촨(四川)성에 다시 지진의 공포가 닥친 것은 20일 오전 8시2분. 느긋하게 토요일 아침을 즐기던 153만여명의 야안(雅安)시 시민들은 천둥 같은 굉음에 이어 건물 전체가 크게 흔들리자 두려움에 휩싸였다. 진동은 무려 30여초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느라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지진은 진앙에서 동쪽으로 300㎞ 이상 떨어진 충칭(重慶)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한 시민은 4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다가 크게 다쳤다.
지진으로 이 지역 가옥들은 대부분 붕괴됐다. 루산현(蘆山)현 룽먼(龍門)향 등 일부 마을에선 주택의 99%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산지대인 루산현은 곳곳에서 산사태가 이어지면서 도로마다 집채만한 바위 덩어리와 토사들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 전기ㆍ통신ㆍ교통 등이 두절됐다. 이렇게 고립된 채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4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이 21일 오후 2시까지 무려 1,455차례나 이어졌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여진으로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천막이나 노천에서 생활하며 밤을 새웠다. 병원 건물조차 안전하지 않아 루산현 인민병원 환자들은 모두 건물 밖에 나와 누워 있다. 수술과 진료는 간이 천막에서 진행되고 있다. 바오싱(寶興)현의 일부 지역에선 의약품이 떨어져 마취제 없이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군대와 인민무장경찰부대에게 인명 구호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헬기로 현장에 도착, 이재민을 위로하고 구조대원들을 격려했다. 중국 정부는 3만5,000여명의 군 병력과 공안ㆍ소방대원 및 의료진을 동원, 인명 구조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北京)시를 비롯한 전국의 자원 봉사대원들도 속속 재해 지역으로 들어왔다.
인터넷 등에선 희생자를 추모하며 이재민을 위로하는 글이 이어졌다. 성금 모금과 헌혈 활동 등도 시작됐다. 재해 현장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슬픈 사연들도 전해졌다. 저우한쥔(鄒漢君·여)은 아들을 품 속에 꼭 안은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품 속의 아이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한 어머니는 2008년 쓰촨대지진 때 아들이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딸마저 잃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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