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좌하귀에서 흑이 패를 만드는 수단이 남아 있어서 백이 약간 불리한 형세다. 박영훈도 지금 국면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1로 둬서 흑 대마의 안전을 도모했다. 백이 5로 이으면 A로 둬서 확실하게 두 집을 확보한 다음 B, C 등의 반격 수단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백은 더 이상 역전을 노려볼 데가 없다. 그래서 이세돌이 2, 4로 반발했고 박영훈이 5로 끊어서 또 적잖이 실리 이득을 챙겼다.
이제 백은 우변 쪽에서 상당한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 8, 9를 교환한 건 부분적으로 대악수지만 10으로 붙여서 우변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우변 전체를 크게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형세가 유리한 흑의 입장에선 이에 대해 전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괜히 모험 할 필요가 없다. 흑 석 점을 포기하고 대신 우변에서 조그맣게 살기만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예를 들어 1이면 알기 쉽게 2, 4로 처리해서 그만이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이세돌이 20으로 뻗어서 최강으로 버텼다. 이때 흑도 응수가 어렵다. 과연 어느 쪽을 막아야 할까.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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