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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행정·친화력 고루 갖춘 리더십 연구만 하던 과학계 신선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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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행정·친화력 고루 갖춘 리더십 연구만 하던 과학계 신선한 충격”

입력
2013.04.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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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헌(작은 사진) 용인송담대 교수가 "리더십 검증된 과학 행정가"라며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56)을 추천했다.

직장인 치고 '낙하산' 곱게 보는 사람 있을까. 더구나 낙하산으로 내려온 윗사람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해온 인물이라면 일단 걱정부터 앞설 것이다. 분야 간 장벽이 여전한 국내 과학계는 더욱 그렇다. 특정 분야 연구기관의 수장을 전혀 다른 전공자가 맡는 일이 흔치 않은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을 보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낙하산도 다 같은 낙하산이 아니구나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과학기술특보로 일했던 김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현 전자부품연구원) 소장을 맡았다. 공학박사이긴 하지만 김 총장의 전공은 전자공학이 아니라 화학공학이다. 당시 연구소 직원들의 눈엔 신임 소장이 '전자 분야 경험 없는 낙하산', 딱 그렇게 비쳤을 게다.

그 소장이 9년 동안 3번을 연임했다. 그 사이 정권도 바뀌었다. 연구원을 떠날 즈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김 소장 같은 낙하산이면 환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냥 낙하산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김 총장이 수장으로 있는 동안 경기도 평택에 있던 연구소가 분당으로 이전했다. 출퇴근이 수월해지고 도심이나 유사 분야 기업들과 가까워진 덕에 연구소로 우수한 인력들이 더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좋은 성과도 많아졌다. 그 성과를 소장이 직접 들고 여러 국제학회를 찾아 다니며 홍보에 나섰다. 기술 산업화 기회가 늘면서 기관의 인지도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특유의 행정력과 정치력, 친화력이 빚어낸 결과다.

권위 세우거나 폼 잡지 않는 친숙한 소장이었단 점도 직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땄다. 퇴근 길에 연구소에 들렀다 그가 로비 안내데스크에 앉아 젊은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소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선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바뀌어갔다.

과학자는 연구 잘 하는 게 제일이라고들 여긴다. 하지만 그건 과학자들만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엔 연구 잘 하는 과학자뿐 아니라 행정력, 정치력, 친화력을 갖춘 과학자도 필요하다. 논문 많이 낸다고 사회가 과학을 알아주진 않는다. 과학계 스스로 나서서 과학의 사회적 가치와 필요성을 대중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때로는 행정의 묘를 발휘하고, 때로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때로는 다른 분야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리더가 있어야 우리 과학계도 더 성장할 수 있다.

사실 김 총장과 난 고등학교 동창인데, 학생 땐 얼굴과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를 처음으로 남달리 보게 된 건 2000년대 중반 내가 한국멀티미디어학회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학술대회에 김 총장을 연사로 초청한 뒤부터다. 달랑 슬라이드 3장을 준비해온 김 총장은 그 자료로 1시간 동안 정보통신 전문가 100여 명의 눈과 귀를 빼앗았다. 과학기술이 상품이 되고 돈이 되려면 잠재 고객인 대중부터 사로잡아야 함을 일찌감치 일깨워준 것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에 몰두해온 과학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을 터다.

건국대 부총장을 거쳐 현재 한국뉴욕주립대 총장까지 그를 거쳐간 직함들은 여느 과학자보다 화려하다. 한국뉴욕주립대는 미국 뉴욕주립대의 한국 분교로 인천 송도에 있으며 올해 첫 학부생이 입학했다.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모두 갖춘 국내 최초의 외국대학 초대 총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김 총장에게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모든 과학자가 김 총장 같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총장 같은 리더십을 갖춘 후배 과학자가 우리 아이들 세대엔 좀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정리=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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