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우호사업에 사막의 하늘도 감동했다." 지난 18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쿠부치(庫布齊) 사막. 급속한 사막화로 인해 생명의 흔적이 사라져 현지 주민들조차 '죽음의 땅'이라 부르는 곳이다. 한국 대학생이 주축이 된 녹색 봉사단원들이 현장 답사에 나선 이날도 매서운 모래 바람이 퍼부어 뜰 수 조차 없었다. 땅 고르기 작업이 예정된 19일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려 봉사단원들은 예기치 않은 추위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식목행사가 예정된 20일에는 거센 모래바람도 잦아들고, 햇빛도 따뜻하게 내리 쬐어 나무 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사막화 방지사업에 나선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이하 한중미래숲) 녹색봉사단 120명은 이구동성으로 "하늘이 한중 협력사업의 정성에 감동했다"며 반색했다. 한국일보 후원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들과 함께 사막이 위치한 다라터치(達拉特旗)시 주민, 학생, 시정부 관계자, 베이징시 공산주의청년단 단원 등 400여명이 참가해 3,000그루의 포플러를 심었다.
나무심기에 참가한 2012 미스코리아 진 김유미(23)씨는 "사막은 처음이어서 아주 힘들었지만 황사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며 "특히 환경을 생각하는 한중 대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서북쪽으로 460㎞ 가량 떨어져 있는 쿠부치 사막은 남한 면적의 5분의1 정도인 1만8,600㎢ 규모로 한국까지 날아오는 황사의 40%가 이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로 8년째 행사를 진행중인 한중미래숲은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쿠부치 사막 동쪽 끝 지에팡탄과 차이덩을 남북으로 잇는 도로의 양쪽 옆 16km구간에 폭 0.5㎞로 방풍림을 조성했다. 포플러, 사류(사막 버드나무), 소나무 등으로 구성된 이 숲은 '한중 우호 녹색장성'으로 불린다. 이들은 이제 기다란 선(線)을 따라 진행했던 녹색장성을 면(面)으로 펼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녹색장성이 모래의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면 면으로 펼치는 생태원은 사막을 숲과 초원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중미래숲이 지금까지 쿠부치 사막의 조림지 2,200㏊에 심은 나무는 무려 600만 그루다.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면 주변 30여㎡의 모래가 날아가지 않게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가 있다.
이런 노력으로 한중미래숲이 벌인 쿠부치 사막의 녹화사업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성공사례로 인정받았으며 주중 대사를 지낸 권병현 한중미래숲 대표는 UNCCD로부터 '지속 가능한 토지관리 챔피언' 및 녹색대사로 선정돼 활동하고 있다.
권병현 대표는 "중국의 사막화 문제는 한중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라며 "한국과 중국을 넘어 지구의 생태가 복원될 때까지 계속 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부치 사막의 녹화사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아져 7월 하순에는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사막을 방문해 나무심기 등 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다라터치(중국)=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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