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유류 피해 어민들의 배ㆍ보상 소송 중도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지원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의 사정재판 결정에 따른 이의소송 접수 결과, 8만7,000명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미 1만6,000명(18.3%)이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 취하 사례가 증가한 것은 피해주민들이 2007년 사고 발생 이후 6년째 이어진 배·보상 관련 지루한 법정공방에 지쳤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 대부분 영세어민과 사업자들로 일괄적 소송 제기, 소송가액(인지대) 부담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애초 소송 당사자 가운데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자로 소송도중 사망자가 3,000~4,000명에 이르고 있다. 상속권자 상당수가 소송가액이 소액이다 보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에 매달리기보다 생업에 전념하기 위해 소송을 중도에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측의 소송 규모는 한 건도 줄지 않았다.
국제기금은 지난 2월 5일 국내 재판부가 산정한 피해금액을 줄여 달라며 법원이 사정한 6만3,000명에 대해 이의 소송을 제출했다. 국제기금은 소송기간이 길더라도 손해 볼 일이 없어 소송을 포기하는 피해주민이 많을수록 전체 배ㆍ보상액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피해주민들은 국회 계류 중인 '서해안 유류오염사고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피해보상이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 이 법안에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재판기간의 특례규정을 신설해 15개월 이내에 재판절차를 마무리하고, 유류오염사고 원인 제공자는 피해지역과 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 등 복구에 대한 사회적·도덕적 책무를 다하도록 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 본안소송 전에 법원의 조정명령이 내려지면 13만4,000건에 달하는 소송 건수는 크게 줄 것이란 전망이다. 법안은 지난 2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 두고 있다.
문승일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사고가 발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 피해주민도 지쳐 있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민사소송 전체 재판 기간을 15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긴 '서해안 유류오염사고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민사소송 규모가 방대해 재판부에서 부담스러워 한다. 법안이 통과돼 조정이 이루어지면 소송 규모가 줄 것"이라며 "첫 심리는 오는 7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