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비'는 털복숭이 인형이다. '트랜스포머' 완구와 점토 놀잇감 '플레이도우'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완구기업 해즈브로가 최근 출시했다. 흔한 동물 모양의 인형 대신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도입했지만 겉으로만 보기엔 보통 인형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인형을 잠시만 갖고 놀아도 종전의 인형과는 확연히 다른 '스마트 인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퍼비는 평소 '퍼비시'라는 외계인 말을 하지만, 아이가 인형과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점차 한국어를 하게 된다. 아이가 어떻게 인형을 다루느냐에 따라 공주병, 개구쟁이, 사고뭉치, 수다쟁이 등 고유의 성격으로 바뀌기도 한다. 스마트폰 앱을 다운 받아 먹이를 주거나 퍼비시를 한국말로 번역해 듣는 등 소통할 수도 있다.
완구업체들이 그 동안 녹음된 말을 되풀이하는 인형이나 주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인형 등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이 정도로 쌍방향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 인형'이 나온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전통적인 완구를 '스마트'한 제품으로 내놓은 글로벌 완구사는 해즈브로뿐이 아니다. 덴마크의 대표적 블록 완구업체 레고도 앞서가고 있다. 레고는 로봇을 조립하고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을 통해 공학과 수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습을 할 수 있는 '마인드스톰 로봇' 시리즈의 최신 버전인 EV3를 올해 초 발표했다. 최신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로봇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음성으로 원격 조종을 할 수 있다는 점. 그 동안 영어와 일본어, 일부 유럽 국가 언어로만 나왔으나 이번 버전은 한국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을 지원해 올 하반기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마텔'사는 지난해 초 대표제품인 '바비' 인형에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접목한 제품을 출시했다. 렌즈는 등에 부착돼 있고 벨트의 단추를 누르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이 사진은 티셔츠의 무늬처럼 보이는 화면에 나타난다. 컴퓨터와 연결해 이 사진을 인쇄할 수 도 있다.
글로벌 완구회사들이 '스마트 완구'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최대 고객인 아이들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에 스마트기기의 확산과 함께 글로벌 완구회사들의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휴대용 게임기와 가정용 비디오게임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다음은 전통적인 완구 차례라는 우려가 '스마트 장난감'을 탄생시켰다.
글로벌 완구회사들의 변신에 맞춰 전통적 장난감을 주로 출시하던 국내 완구업체도 완구에 디지털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국내 완구업체 손오공은 강아지 인형에 휴대폰을 연계시킨 '비키 스마트 펫'을 지난 16일 출시했다. 강아지 인형이 짖을 때 패키지에 함께 들어있는 휴대폰 모양 기기를 코에 갖다 대면 통역해 준다. 그 동안은 KT의 '키봇' 등 주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디지털 장난감을 출시했지만 이제 전통 완구업체도 변신하고 있는 것.
완구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유아들이 핸드폰 모양의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부모의 진짜 스마트폰을 갖고 논다"면서 "스마트 기기들은 기존 게임에서 흥미를 잃으면 바로 새로운 것을 내려 받을 수 있어 질리지 않기 때문에 완구업체들도 새로운 변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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