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의 관심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질 부족 논란을 빚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입과 표정에 모아졌다. 새누리당에서도 '식물장관' 우려가 나왔던 윤 장관의 국정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자질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윤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업무보고를 시작한 윤 장관은 먼저 ▦제주도 서남쪽에 있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무인 운영에서 유인 운영 방식으로 전환 ▦해경의 경비 범위를 배타적 경제수역(EEZ)밖의 중간수역까지 확대 등의 중점업무추진 계획 등을 큰 탈 없이 보고했다.
윤 장관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전문기업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드릴 말씀이 있다"며 발언 기회를 신청했다. 선박평형수는 배 균형을 잡기 위해 주입ㆍ배출하는 바닷물로 이를 통해 유입되는 외래해양생물체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이 제정돼 있다. 윤 장관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는 환경규제를 시장 개척에 활용한 사례"라며 "순천만도 계속 모래채취구역으로 방치했으면 황폐화됐겠지만 해양보호구역이란 규제를 통해 오히려 관광활성화와 환경보호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 사안에 관한 질문에 답을 못했던 윤 장관은 "순천만은 이를 통해 200만명의 관광객과 1,0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며 "시각만 달리하면 해양수산 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전공(연안 및 해양환경 관리)과 관련된 순천만을 통해 전문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보였다.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의장 직무대행은 전화통화에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청문회 때와 달리 버벅거리지 않는 등 나름 준비를 했더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재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간사도 "지옥훈련을 받고 와서인지 면모를 일신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장관은 부처 간부들과 함께 몇 차례 업무보고를 위한 리허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의 보고 도중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순천만'을 언급하며 "임프레시브(impressive)하다"고 칭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오늘 해수부 업무보고는 한마디로 참 흥미진진하다"면서 윤 장관에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스포츠선수 중에 슬로 스타터(slow starter)가 있다"며 "우리 해수부도 스타트는 늦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역량을 발휘해 해양강국을 선도하는 부처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도 "해수부 업무보고가 가장 재미 있었다. 새롭고 기발한 내용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 업무보고는 준비된 것이므로 진정 실력을 갖췄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면서 윤 장관의 자질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23일쯤 이뤄질 국회 업무보고는 여러 돌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 주목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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