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조류 인플루엔자(AI) 유행에 대비해 비축 중인 치료제 타미플루의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세번째 유효기간 연장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약품 시장에서 유통되는 타미플루의 유효기간보다 3배 가까이 늘리는 것이어서 약효 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10, 11월 유효기간이 끝나는 타미플루 29만4,958명분의 유효기간을 7년에서 1년 더 연장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타미플루 유효기간은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2008년에 4년에서 5년, 이듬해 5년에서 7년으로 이미 두 번이나 연장됐다. 정부 비축분을 제외한 타미플루의 유효기간은 전세계적으로 3년이다. 타미플루 1명분은 약 2만원으로 59억원어치를 폐기처분하기에는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주장이다.
처음 약품 승인을 받을 때 결정되는 유효기간이 이처럼 연장된 사례는 타미플루가 유일하다. 약품의 보관기간이 늘어날수록 주요 성분 함량이 낮아져 효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어서 원칙적으로 식약처는 기간 연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 비축분에 한해서는 미국과 유럽도 유효기간을 7년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유효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조 당시와 같은 효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지적된다. 2009년 연장 때는 식약처가 주요 성분 함량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검사해 95% 수준임을 확인하고 연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은 시간과 비용 문제상 하지 않았다.
더구나 나머지 타미플루 비축분도 줄줄이 유효기간 만료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이번 기한연장만으로 문제가 끝나지도 않는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 질병관리본부에 공문을 보내 '국가 비축 항바이러스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상황이 매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외면한 채 재차 기간연장을 요구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타미플루는 AI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A, B 등 독감에 사용하는 약이므로 유효기간이 얼마 안 남은 것을 먼저 사용하고 새 것으로 채우는 등 종합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 식약처장은 "법적 근거가 없고 생동성 시험도 거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하며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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