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외국인 관광객을 모시겠다며 서울 시내 곳곳에 들어선 비즈니스 호텔들이 막상 객실을 다 채우지 못하자 '이상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엔화 약세와 북한 도발위협 등으로 관광객이 주춤하고 투숙률이 하락하자, 일부 관광호텔은 모텔처럼 '대실 영업'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 오픈한 D호텔은 투숙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성공하자 올해 초 홍대 인근 합정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홍대 인근이 서울 지하철 2, 6호선은 물론 공항철도와 경의선까지 연결되면서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을 예상한 것.
건축ㆍ인테리어 전문 디자이너들이 방마다 다른 콘셉트로 화려한 디자인을 하고 언론 홍보에도 신경을 쓴 이 호텔은 그러나 최근 내국인 대상으로 대실 영업을 하고 있다. 모텔 검색 사이트에 등록하고 체험단을 모집해 '대실 체험'을 시키고 블로그 리뷰를 남기는 마케팅을 벌이는가 하면, 소셜커머스업체에 대실 가격을 공개하며 할인 행사도 하고 있다. 이는 대형 모텔이 주로 사용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유흥업소가 많은 서울 강남 지역은 호텔의 모텔식 영업이 흔하다. 2008년 문을 열며 '비즈니스 특급관광호텔'이라고 홍보한 L호텔은 165실 규모로 비즈니스 호텔 중에서는 비교적 대규모이지만 역시 대실 영업을 하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등급 문의에 "특2급으로 등급심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면서도 "대실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물론 지방에 있는 관광호텔의 경우 투숙률이 낮아 모텔식 대실 영업을 하는 행태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생산성본부에 용역의뢰한 '관광호텔 등급관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596개 관광호텔 중 등급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호텔이 63%인 378곳이나 됐으며, 이 중 145개 호텔은 최소 등급인 3급 수준도 안 되고 대실 등 모텔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명목으로 신축한 호텔마저 정작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대실 영업을 내국인 상대로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김현주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00만 외국인이 몰려온다'며 호텔이 부족하다고 난리였는데 하반기부터 여러 비즈니스호텔이 속속 문을 열어 객실 공급이 급격히 늘어났다"면서 "특히 지난해 말부터 한일관계 악화,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이달 들어 북한의 도발 위협까지 겹치며 최근 외국인 투숙률이 낮아진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나 신라 등 대기업이 수년 내 수십 개 비즈니스 호텔을 오픈할 계획인데, 이때쯤 되면 심각한 공급 초과가 될 가능성도 있어 중소 비즈니스호텔들의 모텔화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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