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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밑반찬 바닥… 힘들지만 버텨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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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밑반찬 바닥… 힘들지만 버텨낼 것"

입력
2013.04.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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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하루에 한 끼, 남은 두 끼는 라면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 세끼 다 챙겨 먹을 수 있는 게 어딘가요"

개성공단출입이 차단된 지 벌써 17일째, 북측 근로자들이 철수한지도 11일이 지났다. 아직도 개성공단에는 입주기업 직원 등 약 200명 가량이 상주하고 있다. 북한 땅에 머물고 있는, 알려진 유일한 남한 사람들이다.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상태이지만 많은 설비를 두고 그냥 내려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눌러 앉을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게 이들의 입장. 과연 이 긴장 속에서 북한 땅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이틀에 걸친 시도 끝에 어렵게 현지 체류중인 입주기업 직원 K씨와 19일 통화가 됐다. 분당 통화요금이 400원에 달하는 해외 경유 국제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공동취사와 취침으로 물자를 최대한 아끼고 있다. 남아 있는 입주기업 직원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K씨에 따르면 아직 먹을 거리는 있는 상태. 다만 쌀과 밑반찬은 거의 떨어져가고 있고, 북측 근로자들을 위해 준비했던 라면과 초코파이만 넉넉하게 남아 있다. 때문에 현지 체류직원들은 밥을 줄이고 라면을 늘리는 식으로 식단을 다시 짜고 있으며, 가급적 모여서 같이 식사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 아침 메뉴는 밥 멸치볶음 김 김치였다. 아침엔 밥을 먹었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은 라면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만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일과를 다른 입주기업 잔류인원들과 함께 보낸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4km가량 되는 공단주변을 함께 걸으며 운동을 한다. 아침운동과 식사가 끝나면 숙소에 설치된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를 통해 남측 방송도 함께 시청한다. 특히 개성공단 관련 뉴스를 유심히 보며 간단한 회의도 진행한다고 했다.

오후일과는 주로 기계와 설비 점검이다. 그는 "작동을 멈춘 기계일수록 고장이 나기 쉬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측 직원이 모두 철수한 공장(49개)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순찰 겸 해서 공단을 둘러본다. 그리고 다시 공동 저녁식사, 이후엔 TV를 시청하다 잠에 드는 '쳇바퀴'같은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우려하는 것만큼 큰 불편은 없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등 지병이 있는 주재원들은 약이 떨어지는 순간 남측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잔류인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개성상황에 대한 오해나 루머가 불안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단 근로자들이 식량부족으로 쑥을 캐 먹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그는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소일거리를 찾다가 마침 쑥이 보여 반찬을 해 먹은 것일 뿐인데 이런 보도가 나오자 아내가 울면서 전화를 해왔다"면서 "루머나 잘못된 보도가 개성 잔류직원과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선 귀환계획이 없다고 했다. "입주기업들은 개성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어떻게든 잘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허락되는 한 끝까지 남아 있을 생각입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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