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에게 50억원 매출은 간단치 않은 액수다. 이걸 왼쪽 다리가 불편한 5급 장애인 보험설계사가 해냈다. 한화생명 영등포지점 매니저 정진옥(54)씨는 지난해 매출(누적 수입보험료) 50억원을 돌파했다. 제33회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있기에 관심이 더욱 쏠리지만 정작 당사자는 “장애는 일하는데 있어서 장벽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매출 50억원 돌파와 함께 13년간 평균 이틀에 한 건씩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며, 보유고객 600여명, 억대 연봉 등으로 수상경력만 올해로 8회째인 스타급 보험설계사다. 화려한 경력을 봐선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씨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결코 쉬웠던 건 아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는 5세때 나무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당시만 해도 의료 환경이 좋지 않았던 터라 뒤늦게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늦었다.결국 5급 장애 판정을 받았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채 살아야 했다.
처음 택한 직업은 미용사였다. 스무 살 무렵부터 미용사로 일했지만 오래 서서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쳤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일하는 게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15년간 미용사로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결혼후 연년생으로 자녀를 낳으면서 아이를 키워야 했기에 일 역시 접을 수밖에 없었으며, 나중에 하게 된 일이 보험설계사였다. 그는 “2000년 입사후 7개월쯤 됐을 때 15명이 일하는 한 공장을 찾아 설문지를 돌리고 기념품도 선물했지만 제대로 된 설문지는 1장밖에 받지 못했었다”며 “고생을 참 많이 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서 도전을 멈출 순 없었다. 지속적으로 고객들을 찾아서 만나고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장애를 오히려 강점으로 만들어갔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었던 당사자로서 “사고는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다가갔다.
정씨는 “불편한 몸 때문에 세상을 원망한 적도 많았지만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당당해졌다”고 말했다. 장애를 자신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비장애인 후배들에게도 뼈있는 조언도 했다. “건강한 몸을 하고도 게으른 후배들을 볼 때 가장 안타까워요. 고객으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는 길은 성실히 일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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