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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미술의 탈정치화 흐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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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미술의 탈정치화 흐름 조명

입력
2013.04.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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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술편'을 시작으로 서양미술의 궤적을 시대사, 담론별로 정리한 (전3권)가 완간됐다. 저자의 전공인 미학을 토대로 서양미술사의 전체적인 골격을 소개한 이 책은 특히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8일 전화인터뷰에서 "역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쓰여지는 것처럼 미술사도 시대가 바뀌면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곰브리치의 가 옛날 관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지금의 눈으로 현대미술사를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피카소를 꼽았는데 지금은 뒤샹을 꼽는다"며 "원근법적 공간을 파괴하는 피카소 작품은 1960년대 이후 경향을 소개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뒤샹의 작품은 다다이즘, 레디메이드, 반미학, 해프닝 등 20세기 미술사를 포괄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작인 '모더니즘편'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서양미술을 '정치적 진보와 미학적 진보'로 소개했다면, 이번 신간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미술을 '탈정치화' 코드로 소개한다. 그는 "1차 대전 이후 예술가들이 정당처럼 조직, 선언문을 만들고, 그룹을 이루면서 유파를 형성한다"며 "2차 대전 이후에는 그런 움직임이 사라지면서 미술이 탈정치화 되는데, 이 과정에서 비평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모더니즘 시기에는 작가가 스스로 작품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2차 대전 이후 시기는 비평가의 평론이 미술작품에 의미를 만드는 시대로 바뀐다는 것이다.

신간은 클레멘트 그린버그를 비롯해 할 포스터, 로잘린드 크라우스 등 20세기 후반 주요 미술 비평가들의 평론을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미니멀리즘, 해프닝, 플럭서스, 팝아트 등 1960년대 후기모더니즘과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소개한다. 진 교수는 "현대미술사는 어느 작품이 미학적 가치를 갖느냐는 인정투쟁의 장"이라며 "잭슨 폴록, 그린버그의 발전과 일탈을 중심으로 전후 미술사를 보면 논리적 맥과 흐름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미술의 역사는 폴록의 드립페인팅으로 시작된다. 폴록은 수직으로 세운 캔버스를 수평으로 눕히고, 물감을 흩뿌리며 새로운 조형의 가능성을 본다. 화면의 전후좌우 구별이 사라지면서, 관람객은 화면을 무중력상태처럼 느끼게 된다. 시작도, 중간도, 끝도 없는 이른바 '전면화'가 등장한 것이다.

20세기 이후 서양미술사를 '추상미술의 발전'으로 읽은 비평가 그린버그는 폴록의 그림에서 이 가능성을 읽는다. 입체주의 이후 회화는 '그림 면 자체가 점점 얇아져서 깊이의 효과를 내는 가상의 면들이 실제 캔버스의 표면인 진짜 물질 면 위에 만나 하나가 될 때까지 평면화되고, 한데 압착'하는 평면성의 원리를 띄고 회화의 고유한 성질로 되돌아간다고 말이다. 그린버그는 이를 근거로 미국의 회화가 전쟁 이전의 유럽미술보다 더 높은 성취를 냈다고 주장했고, 폴록의 작품은 후기 모더니즘의 출발점이자 현대 서양미술의 미학적 준거가 된다.

하지만 그 이후 등장한 미술작품들은 그린버그의 비평으로 해석 불가능한 것이었다. 미니멀리즘은 작품을 사물로 만들었고, 개념미술은 미술을 문학으로 만들었으며, 팝아트는 키치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이 흐름을 간파하고 작가, 작품을 발견하고 해석한 비평가들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전시회에서 작품 배치 방식, 미술관의 수집목록에 따라 작품에 의미부여가 되면서, 전시기획자, 수집가의 중요성이 커졌다.

진 교수는 "미적 가치는 선험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립된다"며 "'현대미술은 다 사기'라는 장 보드리야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념을 담으면서도 시각적 설득력을 가진 작품도 분명 있다"는 그는 "앞으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미술비평사를 정리한 에세이를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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