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를 당한다고 의심되는 동물이라도 주인의 동의 없이 구출했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모(42) 대표는 2011년 11월 26일 오전 3시쯤 회원 3명과 함께 경기 과천시의 한 주말농장을 찾았다. 며칠 전에 그곳에서 본 개와 닭 등 동물을 구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청소도 안 된 채 배설물이 가득 찬 철창, 빈 사료그릇을 보며 동물들이 식용으로 키워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절단기로 철창을 자르고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꺼내는 데 성공한 박씨는 포천의 한 동물보호소로 데려가 치료하고 예방접종도 시켰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박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주인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동물을 훔쳤기 때문에 의도와는 상관없이 절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 2심 법원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물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당시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볼 때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곧바로 구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목적이 정당할지 몰라도 수단이나 방법이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도 19일 박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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