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고통을 느낄까?' 무심코 나뭇가지를 꺾으며 우리는 생각한다. 최소한 우리는 생물 시간에 식물이 빛과 중력에 반응하고 심지어 동물을 잡아먹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식물에게 눈 코 귀가 없다는 건 모두 알지만, 그것이 식물에게 감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란 것도 안다. 대체 식물은 무엇을 느끼고 인지할 수 있는 걸까.
식물과 동물 또는 인간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토테미즘 사회에서 나무를 수호신으로 숭배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심지어 식물학에서도 식물의 '정신'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는 유명한 저서 (1973)에서 "식물은 영혼과 개성을 지닌 생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 만나식물생명과학센터 소장인 저자도 식물과 인간이 가진 감각들 사이의 공통점에 관심이 많았다. 그 결과 "식물과 동물 사이에는 유전적으로 그리 확연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많은 식물들이 꽤나 많은 것들을 '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자의 관심사는 식물의 감각이고 인식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의 저자들처럼 '식물이 인간과 닮았다' 같은 주장을 기대하진 말라고 당부한다.
는 다윈의 발견을 기초로 현대 식물생물학의 실험 결과를 간추린다. 인간이 가진 특정 감각이 식물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은 시각, 후각, 촉각, 청각, 자기수용감각, 기억 등 6개 단락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단락마다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감각의 정보가 어떻게 인지되고 처리돼 생태학적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물은 눈이 없어도 특정 색에 반응하고 코가 없어도 냄새를 맡는다. 조금만 건드려도 죽는 식물이 있다. 식물은 환경적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저장한다. 청각에 관해선 조금 다르다. 식물이 바흐나 쉰베르크 같은 클래식에 노출되면 번창하고, 레드 제플린이나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을 들으면 성장을 그친다는 주장은 꽤 솔깃하지만 사실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 책이 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과학적으로 검증 받은 실험과 연구 결과만으로 논의를 펼친다는 점이다. 저자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해할 수 있을 수준으로 쉽게 풀이한다. 책을 읽고 나면 주위의 식물이 달라 보일 것이다. 도심의 가로수, 들판의 잡초, 책상 위의 난초는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인식하고 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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