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부터 매주 토요일 명동성당에 가서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 학습을 받고 있다. 내 어머니가 모셨던 하나님과 불화한 이후, 나는 오랫동안 종교를 배척해왔다. 종교뿐만 아니라 종교인들을 은근히 경멸해왔다. 내 의식 한켠에서는 신을 섬기는 일을, 나약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인간들의 불가피한 선택이거나 세련된 문화나 지식의 옷을 입기 위한 또 다른 현시욕의 발현 같은 거라고 단정해왔던 것이다. 종교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무시할 수 없는 레토릭으로 존재하는 것 역시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종교를 반대해왔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일단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신이 무엇이고, 종교가 무엇이며, 그것들과 관계를 맺는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말이다. 비판을 하든 거리를 두든 뭘 알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건 좀 성급한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6개월 간의 교리 학습을 마치고 내가 천주교에 동의하게 된다면 세례를 받을 때 세례명을 베드로로 하고 싶다. 베드로는 초대 교황의 이름이며, 거꾸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사람이다. 그가 선택한 그 극적인 고난의 이미지를 통해, 내 삶의 방만한 현재를 경계해보려는 거다. 그래, 종교를 통해 내 삶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성찰하는 것만으로도 종교와의 화해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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