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 위의 이야기] 종교와의 화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 종교와의 화해

입력
2013.04.19 10:50
0 0

두 주 전부터 매주 토요일 명동성당에 가서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 학습을 받고 있다. 내 어머니가 모셨던 하나님과 불화한 이후, 나는 오랫동안 종교를 배척해왔다. 종교뿐만 아니라 종교인들을 은근히 경멸해왔다. 내 의식 한켠에서는 신을 섬기는 일을, 나약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인간들의 불가피한 선택이거나 세련된 문화나 지식의 옷을 입기 위한 또 다른 현시욕의 발현 같은 거라고 단정해왔던 것이다. 종교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무시할 수 없는 레토릭으로 존재하는 것 역시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종교를 반대해왔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일단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신이 무엇이고, 종교가 무엇이며, 그것들과 관계를 맺는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말이다. 비판을 하든 거리를 두든 뭘 알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건 좀 성급한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6개월 간의 교리 학습을 마치고 내가 천주교에 동의하게 된다면 세례를 받을 때 세례명을 베드로로 하고 싶다. 베드로는 초대 교황의 이름이며, 거꾸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사람이다. 그가 선택한 그 극적인 고난의 이미지를 통해, 내 삶의 방만한 현재를 경계해보려는 거다. 그래, 종교를 통해 내 삶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성찰하는 것만으로도 종교와의 화해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도언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