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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탐욕과 과잉의 끝은 파멸"… 무절제 시대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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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탐욕과 과잉의 끝은 파멸"… 무절제 시대에 '경종'

입력
2013.04.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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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의 소설 에 폭식증에 걸린 여자가 있다면(4월 12일자 23면), 권리의 소설 에는 인류 최대의 식성을 자랑하는 남자가 있다. 자장면을 30초에 먹는 진기한 모습이 계기가 되어 폭식대회를 돌아다니며 경쟁한다. 남자는 전국 빨리 먹기 대회, 폭식 광대 게임, 잠 안자고 먹기 대회에 출전하면서 먹는 괴물로 진화한다. 인기가 오르자 '폭식쇼'를 열어 성공담을 강연한다. 행복, 짜증, 우울함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먹는다. 모래와 자갈, 골재와 기포가 섞인 콘크리트를 벌컥벌컥 삼킨다. 그리고 '인간 암'이 되어 죽는다는 괴기스러운 인간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식이장애인 현대인의 비극을 보여준다. 왜소하던 남자가 159kg의 거구로 변하는 병적인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지식의 과잉에 중독된 사회를 보여준다. 소설은 '폭식 광대'의 폭식하는 이유가 "이 행위 자체의 부도덕함, 부조리, 비인간성에 대한 인식과 자각"을 위해서라고 밝힌다. 탐욕의 악마가 된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위함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승자독식 원리는 지면 루저가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먹게 한다.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지 먹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문, TV,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삼킨다. 남들 다 보는데 나만 안 보면 바보 되는 세상이다. 천만이 본 영화, 시청률 30%가 넘는 드라마, 백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도 먹어야 한다. 주류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구별 짓기의 절박함이 먹게 한다.

음식은 '폭식 광대'의 몸에 잠시 머물렀다가 토해 나올 뿐이다. 어제 소비한 텍스트를 토해야만 또 새로운 뉴스, 정보, 지식, 방법을 먹을 수 있다. 매체에서 외치는 새롭게 생각하라, 혁신하라, 상상력을 키워라, 그래야 도태되지 않는다고 외치는 데 대한 압력과 강박으로 먹고 토함을 반복한다.

먹고 토하는 폭식 광대는 '인간 암'이라는 탐욕의 괴물이 되었다. 이길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한다. 반칙과 편법으로 도덕과 정의는 땅에 떨어진다. 사회적 가치는 붕괴되어 성공한 도둑은 처벌할 수 없다. 성공한 사람만이 발언권이 있다. 그래서 존엄을 위해 돈과 성공을 쫓는 괴물의 시대가 되었다. 암은 비정상적으로 분열을 거듭하고 다른 부위로 전이되어 인간을 죽게 한다.

90년 전 카프카의 소설 에 등장하는 '단식 광대'는 단식하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단식 광대'의 단식 행위는 자본주의 사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경고쇼'였다. 욕망을 주체 못하는, 무절제하게 팽창하는 세상에 대한 지적이었다. 단식 이유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지 못해서였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올바른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삶에 구토와 설사의 증상이 있다면 사회가 주는 가치에 의심을 가져보자. 지금은 다양한 길들이 존재한다. 여러 길 중에서 섬김을 위한 배움을 제안한다. 지식은 돌봄을 위한 도구일 때 빛이 난다.

황효숙 가천대 외래교수, 간호사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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