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얼굴을 볼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끌면서 얼굴의 입체감을 결정짓는 코. 반듯하고 오똑한 콧날은 남성, 여성을 막론하고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얼굴에 칼을 대지 않고도 주사 한 방으로 콧날을 세워준다면, 귀가 솔깃한 일이다. 특히 조만간 코 성형수술을 받을 계획이 있다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매부리코의 굴곡을 없애거나 낮은 콧대를 세워주는 주사는 필러(Filler)다. 간혹 필러를 'Peeler'로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필러는 박피가 아니라 채운다는 뜻이다. 필러 주사는 콧날에서 좀더 나와야 할 부분을 채워주는 시술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무엇으로 채우느냐다. 1900년대에는 파라핀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조직이 죽기도 해 위험성이 컸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2000년대 들어 콜라겐 필러가 등장했다. 초기에는 돼지 껍데기에서 추출해서 썼지만 거부반응이 잦아 최근에는 합성 콜라겐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2세대는 히알루론산이다. 히알루론산은 관절액, 연골, 피부에 존재하는 성분으로 나이가 들면서 이 물질의 분비가 줄어들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주름이 생긴다. 히알루론산 필러는 피부 진피층에 직접 들어가 피부를 부풀게 해 주름을 없애고 촉촉하게 해준다. 다만 시술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체내에 흡수돼 콧대가 다시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3세대로 칼슘 필러가 나왔다. 뼈 성분인 칼슘과 미네랄이 주성분인데 이것도 결국 2, 3년 후면 흡수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4세대 폴리 카프로락톤(Poly-caprolactoneㆍPCL) 필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해되는 수술용 봉합사와 같은 재질이어서 안전하다. 최근에 나온 엘란쎄 같은 제품은 주입 초기에는 외형을 유지해주고, 시간이 흐르면서 세포를 자극해 콜라겐 분비를 돕는다. 분해되는 기간은 1, 2년인데 필러가 없어지면서 그 공간을 콜라겐으로 채우므로 효과가 매우 오래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김종서성형외과 김종서 원장은 "필러 시술이 코 성형수술을 대체할 정도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다만 "숙달된 전문가가 시술하지 않을 경우 혈관을 손상시켜 멍이 들거나 혈관이 막히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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