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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익조정의 대타협 정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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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익조정의 대타협 정치 필요성

입력
2013.04.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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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놀음에 다른 이슈들이 모두 묻혀버린 형국이지만, 복지만은 예사롭지 않은 모양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렇게 된 연유를 풀어주는 이론으로 '복지정치론'이란 게 있다. '복지는 곧 정치다'라는 명제로 유명한, 복지국가에 관한 정치적 해석들이 그것이다.

복지정치론은 소위 '복지경제론'이라 불리는 산업화론과 독점자본론을 비판하면서 등장하였다. 산업화론에 따르면, 산업화 과정에서는 도시화나 핵가족화와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게 된다고 한다. 한편, 산업화는 새로운 부를 창출하여 국가로 하여금 세금도 많이 걷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걷은 세금으로 국가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되면서 복지국가가 확장된다는 것이 산업화론의 해석이다. 독점자본론에서도 유사한 설명을 내놓는다. 다분히 맑스주의적인 그들의 어법에 따르면, 자본축적에 필요한 재생산과 정당화를 위해 국가가 자본의 도구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복지국가의 확대가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상당히 그럴 법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복지확대에 관한 경제적 해석들은 '기능주의'의 함정에 빠져있다. 산업화와 독점자본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복지국가가 '자동적'으로 등장할 것처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가 상당히 확장될 경우 산업화나 독점자본 자체가 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사회의 치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써야만 복지국가의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복지정치론 중에서는 권력자원론이 널리 알려져 있다. 북유럽의 석학 코르피 교수가 주창한 권력자원론에서는 정치세력화된 노동운동이 주도적 역할을 해서 복지국가를 발달시킨다고 본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자본계급이 경제적 권력과 정치적 권력을 모두 쥐고 흔든다. 하지만, '1인 1표'를 모토로 하는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정치적 권력이 노동계급으로 조금씩 넘어가게 된다. 사민당을 필두로 한 친노동세력이 의회를 장악하고 노동계급 친화적인 법제화에 속도를 내게 되면 바야흐로 복지국가가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 권력자원론의 설명이다. 적어도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발달한 경로를 보면 막강한 노조의 등장과 노조가 뒤를 봐준 사민당 계열의 정권들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권력자원론의 해설이 설득력 있긴 하지만, 북유럽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현실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노조조직률이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있는데, 단일대오를 갖춘 힘찬 노동운동세력이 복지국가를 만들고 있다고는 믿기 힘들다. 이러한 경우에 더 잘 들어맞는 이론이 이익집단정치론이다. 사실, 복지와 관련된 이익집단이 노동조합이나 사용자조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단체, 부모협회, 청년연합, 장애인연대 등등 다양한 종류의 복지관련 이익집단들이 있고 이들은 제각각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서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몸부림친다. 이익집단정치론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의 영향력에 주목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이익집단의 복지요구에 가장 약해지는 때가 선거철이기 때문이다. 복지공약이 난무하는 선거를 전후로 해서 복지국가가 도약을 거듭한다는 것은 경험적 사실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산업화가 시작된 지도 벌써 수십 년, 재벌과 같은 거대자본이 주름잡은 세월도 그 보다 짧지는 않다. 이보다 한참을 뒤쳐져서야 복지확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면, 적어도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적 설명들이 그 빛을 잃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쪼개진 노동운동의 현주소나 진보진영의 분열을 보면 좌파적인 설명도 들어맞지가 않는다. 복지정치가 활성화된 계기를 지난해 총·대선에서 찾을 수 있다면 유권자로서의 힘을 갖춘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현 상황의 주역임이 쉽게 드러난다.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는 복지확대 주장들이 남유럽의 실패를 따를까 우려되는 지금, 원칙과 합리에 기댄 이익조정의 사회협약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까닭이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ㆍ사회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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