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충돌이 마무리된 지 얼마지 않아 이번에는 카드사와 밴(VANㆍVaule Added Network)사 간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카드사와 그 동안 해오던 일을 빼앗으면 어쩌냐는 밴 사간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밴 수수료 체계를 손 본 필요가 있다면서도 상생의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밴사를 대신해 직접 가맹점 신용판매내역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가 일주일도 안 돼 결정을 유보했다. 밴업계의 거센 반발에 "관련 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것. 하지만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조치로 연간 200억원 가량 절약할 수 있는 까닭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은 봉합된 것처럼 보여도 완전하게 해결된 문제는 아니라는 것.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카드사(발급사)-가맹점-카드 회원' 3자 분업 체계여서 밴사에 위임하는 업무가 많다"며 "하지만 비용 효율성 차원에서 카드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시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밴사들이 그 동안 원가 절감 노력보다는 리베이트 비용 등을 이유로 수수료 등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카드사들의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20년 이상 된 밴사들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밴업계가 구축한 인프라를 사용하면서 카드사가 할 수 있는 부분만 가져오겠다는 것인데, 초기 구축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갑자기 시행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식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에 앞서 경영 투명화 등 자구 노력을 보여줘야 소비자들이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사는 카드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를 연결해주는 회사로, 신용카드 매출거래 승인처리부터 가맹점으로부터 매출전표(카드 거래내역을 담은 영수증)를 수거하는 업무 등을 담당한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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