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핵폭발 때와 같은 큰 버섯구름이 피어 오르고 공장 인근 건물과 주택 100여채가 철근 골격만 드러낸 채 순식간에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마다 생존자를 찾기 위한 밤샘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발생 이틀 만에 미국에서 또 다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 미국 전역에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아직 테러의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폭발은 인구 2,800여명의 소도시인 텍사스주 웨스트시의 비료공장에서 17일(현지시간) 오후 8시와 10시쯤 두 차례 발생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후 6시30분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대여섯 명이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돼 화재진압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일단 추정된다. 작은 화재가 화학물질과 만나 큰 폭발로 이어졌거나 소방관이 물을 뿌려서는 안 되는 무수 암모니아에 물을 뿌려 진압하다가 사고를 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웨스트 비료공장은 질산과 무수 암모니아를 결합해 비료의 재료인 질산암모늄을 생산하는데, 질산암모늄은 폭탄 재료로도 사용될 정도로 폭발성이 강하다. 공장에는 가연성과 독성이 있는 무수 암모니아도 24톤이나 있었다.
자원봉사 명예소방관들과 함께 현장에서 폭발을 목격한 빌 플로레스 하원의원은 “불길이 퍼지더니 화학물질을 담은 탱크를 덮쳤고, 엄청난 폭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폭발은 버섯구름과 불기둥이 목격될 정도로 강력했다. 현지 한 당국자는 “마치 핵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인근 주택과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고, 창문이 산산이 부서지는 등 주변은 폭격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폭발하면서 나온 유독가스가 마을 전체를 덮었다. 소방관 출신의 토미 머스카 시장은 “우리집도 문과 창문이 날아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NBC방송에 말했다. 텍사스주 경찰인 D L 윌슨은 뉴욕타임스에 “사고 현장을 둘러봤는데 이라크 전장이나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 현장 같았다”고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시의원인 셰릴 마락은 “혼돈 그 자체”라며 “거대한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으면서 인근에 있는 집 두 채를 삼켜버렸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폭발 당시 마치 토네이도에 휩싸인 것처럼 온 땅이 흔들렸다. 물건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녔다”는 여성의 목격담을 전했다.
공장 바로 옆에는 아파트 단지와 요양원, 학교 등이 들어서 있고, 공장에도 당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경찰은 18일 오전 4시 현재 사망자가 5~15명, 부상자가 160명 이상이라고 밝혔으나, 일부 언론은 사상자가 2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AFP통신은 지역 언론을 인용, 사망자가 최대 7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무너진 건물에는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상당수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당국은 “사망자 규모는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집집마다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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