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주)의 제주 지하수 증산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제주시민환경단체는 증산 허용은 곧 대기업의 지하수 사유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혀온 반면 제주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기업활동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증산을 허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마을 단체들까지 가세해 주민들 간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한국공항은 항공 수요 증가 등으로 먹는 샘물 물량이 부족하다며 2011년부터 지하수 증산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사기업의 필요에 의해 증산해 줄 수 있는가를 놓고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도의회 부결 등이 반복돼왔다. 논란 끝에 지난 2월 지하수 증산 동의안이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도의회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보류, 무산됐다. 이에 지난달 29일 한국공항이 계류 중인 증산안(1일 100톤→120톤)을 4월 임시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청원서를 도의회를 제출하면서 재점화됐다.
전직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모임인 제주도의정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1991년 공포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통해 지하수를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전국 최초로 마련, '지하수 공수(公水)화' 개념을 정립시켜 현재 지하수 정책의 근간이 됐다"며 "긴 시간을 두고 어렵게 정립한 공수화 개념을 사기업의 사리사욕에 무너뜨려선 안된다"고 반대했다.
곶자왈사람들과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도내 17개 시민사회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한국공항은 제주도 공수화 정책과 도민의 정서, 도의회의 권위를 존중해 제주 지하수 증산 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제주상공회의소도 17일 성명을 내고 "도의회 상임위에서 수정 가결한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도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고 도내 여러 단체가 증산 동의안처리를 반대하고 사업허가를 취소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합법적 기업활동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상의는 "청원서 제출은 헌법에 근거한 기본권으로 그 자체를 매도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며 합법적 사업허가마저 취소하라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제주시 조천읍 이장단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한국공항은 도민의 공수(公水)를 사유화해 이익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공항이 증량시도를 계속하면 현재 허가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천읍에는 제주도개발공사의 먹는샘물 제주삼다수 공장이 있다. 이에 맞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회와 표선리 마을회, 표선 연합청년회는 지하수 증산에 동의해달라고 도의회에 요구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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