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도자들 모인 자리마다 고급 승용차들 전시장 방불목회 잘해 성도 많이 모으면 큰 돈으로 대우 이미 관행화하나님 돈을 엉뚱한 곳에 사용… 대형교회 재정 투명한 공개를성윤리 문제·논문 표절 빈발… 스스로 명예 떨어뜨리는 격양적 팽창·성과주의 탈피… 영적 성숙에 이젠 매진할 때
"1970년대 이후 경제발전과 더불어 어렵고 때로 멸시 받던 목회자 가운데 재정적으로 유복한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기독교 복음은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그래서 사는 동안 고난 받는 것인데 거기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나온 거죠. 물질의 맛, 돈의 맛을 알면서 거룩성을 잃고, 결국 기독교적인 삶의 핵심을 놓치게 된 겁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산하 기독교윤리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총신대 신학대학원 이상원(58)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윤리적 문제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은 목회자들이 "영적으로 느슨해진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윤실은 한국사회에 민주화의 기운이 무르익던 1987년 말 출범한 기독교시민운동단체다. 손봉호 김인수 이만열 장기려 원호택 이장규 강영안 등 목회자는 아니지만 기독교 정신과 실천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정직한 그리스도인' '신뢰받는 교회'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호로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그 기윤실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만든 조직이다.
미국, 네덜란드에서 모두 10년 가까이 유학생활을 한 이 교수는 영적인 성숙보다 양적 팽창에 몰두해온 한국 교회의 행태는 해외와 비교해도 유별나다고 말한다. "미국 목회자는 대부분 검소하고 단순ㆍ소박한 삶을 삽니다. 그래서 존경 받고 바로 그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여론을 끌고 나가는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목사들은 무조건 가난해야 한다고 그가 말하려는 건 아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에쿠스급 승용차들이 우루루 몰려 있다"는 게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립조차 불가능한 교회가 전체의 70% 정도"이니 이런 모습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실상인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다.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교회의 성장ㆍ성과주의 정책과 투명하지 않은 교회 재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교회가 성장주의, 성과주의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영성이 뛰어나고 유능한 목사님이 목회를 잘 해 성도들을 많이 모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뒷받침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큰 금액으로 경제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관행이 된 거지요." 그리고 "많은 교인들이 하나님에게 바친 돈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사용 내역을 영수증으로 남기고 예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교회재정의 공공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목회자 윤리와 관련해 늘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성윤리 문제다. 이 교수는 해외에 비해 한국교회에서 이런 문제가 유난히 자주 불거지는 것은 "목사는 권위를 갖고 평신도는 지도 받는 처지인 '주종관계'"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강남의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처럼 목회자의 학력 만들기 행태에 대해서도 개탄해 마지 않았다. 이 교수는 "영적으로 성도를 지도하는 것은 학위를 갖고 대학교수 되는 것보다 훨씬 명예롭고 권위 있는 것"이라며 "목회자가 학위에 연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더 높은 자신의 명예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목회자들 중에 학위에 욕심 내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하버드 박사도 2, 3년만 목회 현장에 서면 바닥이 드러난다"며 "훌륭한 목회자가 되고 못 되고는 누가 더 영성과 인품, 사랑이 넘치고 기도를 많이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한국 교회는 목회자도 신도도 "교회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어떻게 공동체를 이해하고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기독교 윤리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거나 받지 못했다"며 그는 "하나님을 믿고 마음만 착하더라도 이런 훈련과 교육을 받지 않으면 사건이 터졌을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기윤실이 앞세우는 것처럼 '정직' '신뢰' '정의'에 바탕한 기독교 정신의 회복이 지금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절망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교회와 관련한 정보들이 거의 무엇 하나 숨김 없이 공개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가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상식 수준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목회자도 평신도도 인식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작은교회 돕기에 앞장서는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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