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어제 "일부 국정원 직원이 댓글 등의 형식으로 사실상 정치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출석에 불응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대선 관련 글에 대해 찬반의사를 표시하고 아울러 댓글을 단 행위는 정치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 활동"이라고 주장했던 국정원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경찰이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혐의를 일부 밝혀냈지만 수사 결과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 국정원의 비협조적 태도가 일차적인 이유겠지만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했을 리는 만무하다. 국정원 심리정보국에서 2011년부터 국정홍보와 '좌파와의 사상전'을 내세워 인터넷 댓글 사업을 조직적으로 진행해왔다는 게 대체로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선 직전에 특정 후보 발언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론조작을 시도한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건 경찰의 소극적 자세를 보여준다. 대선 직전 사실상 무혐의에 가까운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는 등 사건 내내 부실수사와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것의 연장선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다. 검찰은 경찰이 밝히지 못한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개입 여부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공소시효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필요하다면 국정원 압수수색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소환 등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이 과거의 구태를 벗지 못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정원을 국가와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환골탈태시키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 개편 등 대수술이 필요하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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