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류현경(30)씨는 지난 달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가장 먼저 첫 화면과 앱 디자인부터 바꿨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취향으로 꾸민 스마트폰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류 씨는 우선 앱 장터(구글플레이)에 들어갔고, 관련 앱을 내려 받아 배경은 하늘, 아이콘은 다양한 동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예전에는 케이스를 바꾸거나 마스코트를 부착하거나 기껏해야 스티커 붙이는 게 폰 꾸미기의 전부였는데, 요즘은 화면 안에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10~30대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폰 꾸미기' 바람이 불고 있다. 초기 배경화면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동물 이미지로 바꾸거나 아이콘의 색상 및 서체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 현재 장터에 나온 20여개 관련 앱 가운데, 대표격인 '폰꾸미기어플천국(일명 폰국)'은 지난해 출시 후 현재 다운로드수가 무려 1,80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 첫 화면'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관련기업들의 시장진출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포털 네이버는 올 초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통해 개발사 '브레인펍'을 인수, 최근 140여종의 이미지를 내놨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개발사 '버즈피아'와 제휴해 배경화면 테마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은 복잡한 화면을 단순화 시킨 'T간편모드' 기능을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모바일메신저의 절대강자인 카카오도 6월쯤 폰꾸미기 시장 진출을 예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요 업체들이 '폰 꾸미기' 앱 자체보다 '런처' 앱 개발에 더 신경을 쓴다는 사실. 런처는 바탕화면부터 주요 앱 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사용자 임의대로 바꿀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로 사용자는 런처를 먼저 설치한 뒤 각종 화면 디자인을 스마트폰에 적용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가 원하는 앱도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
때문에 IT기업들은 런처가 각종 디자인을 화면에 구현하기 위한 필수 도구인 동시에, 자사 서비스를 더 많이 노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여긴다. 런처 개발 시, 기본 화면에 자사 앱을 우선 배치시켜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 모바일이 지난달 '도돌런처'를 내놓으며 네이버 검색창을 기본으로 설치하거나 페이스북이 지난 5일 출시한 '페이스북홈'에서 별도 앱 없이 메인 화면에서 페이스북을 즐길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다 보니 회원 8,000만명의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의 런처 개발 소식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만 폰꾸미기는 운영체계(OS) 전반에 폐쇄성을 고수하는 애플 아이폰은 불가능하다.
현재 전세계 런처시장은 중국 벤처 개발사가 내놓은 '고(GO)런처'가 약 1억건의 다운로드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대부분 중국에 몰려 있고 향후 한국 업체를 포함한 글로벌 IT업체들이 진출하면 전세계 폰꾸미기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점유율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업체들이 한류 콘텐츠를 바탕으로 일본, 중국, 인도, 동남아 등 해외 폰꾸미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며 "캠프 모바일의 경우, 회원 1억명의 모바일메신저'라인'을 통해 국가별 특성에 맞는 테마를 제공할 계획이라 파급 속도는 더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dda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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