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사놓으면 언젠가는 오른다."(기대 투자형), "팔 때 세금 안 내고, 증여하기도 쉬우니 절세 효과로 탁월하다"(세금 절약형),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금 투자가 필요하다."(투자 다변화형)
요즘 금융회사 프라이빗뱅크(PB)를 찾아 금 투자에 대해 문의하는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국제 금값이 폭락하는데도 금괴의 인기가 날로 치솟는 까닭은 뭘까.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나서면서 절세 효과를 노린 자산가들이 금 투자에 주목하는데다 '결국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기대 심리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급증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은 전날보다 26.3달러(1.9%) 오른 온스(31.1g)당 1,387.4달러를 기록했다. 소폭 오르긴 했지만, 33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전날(-9.35%ㆍ1,361.1달러)의 하락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시장팀장은 금값 폭락의 배경으로 ▦유럽 재정위기 완화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급감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뉴욕증시로의 자금 유입 ▦최근 미 달러화 강세로 금의 매력 감소 등을 꼽았다. 오 팀장은 "위 세가지 요인에 반전이 있어야 금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돌발 악재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금값 약세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유럽 등의 투자은행들도 금값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게 '나홀로' 금괴 열풍이 거세다. 지난달 4일부터 골드바를 팔기 시작한 KB국민은행은 이달 12일까지 234억원(393kg)어치를 팔아 치웠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5일부터 열흘간 골드바 15억5,500만원어치를 판매해 이미 예상치(월 6억원)의 두 배를 넘겼다. 금에 투자하는 상품인 신한은행 골드리슈(금 적립통장) 판매 잔액은 작년 말 4,829억원에서 지난달 말 5,107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예금금리가 2%대에 불과한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는 등 과세 강화 움직임이 일면서 금융자산가들이 금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바는 금 관련 파생상품과 달리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는다.
또 다른 PB는 "골드바는 단기적인 투자 매력은 별로 없지만 과세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없고 상속이나 증여가 쉽기 때문에 대자산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골드바는 사고 팔 때 수수료가 많아 절세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단기간에 이익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골드바를 살 때 부가가치세(10%)에다 실물제작 비용 등 최고 7%의 수수료를 떼며, 팔 때도 약 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골드바가 매입가격 대비 22% 이상은 올라야 본전을 뽑는다는 얘기다. 금값이 30% 올라도 수익은 정기예금 수준인 2.7%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내 자산가들은 장기적으로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국제 금값이 폭락하자 인도, 홍콩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소비자들이 예물 등 귀금속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상훈 신한은행 PB역삼센터 팀장은 "금 매장량이 한정돼 있고 생산비용은 갈수록 오르기 때문에 금값도 장기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산업재로서의 금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다만, 금 투자는 전체 자산의 10%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하고, 환율 움직임을 보면서 나눠 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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