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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사형제 폐지"… 박한철만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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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사형제 폐지"… 박한철만 "유지"

입력
2013.04.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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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취임과 함께 출범한 '5기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이 사형제도 폐지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형제가 헌재의 심판대에 오른다면 위헌 결정이 나 폐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17일 한국일보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으로 취임이 연기되고 있는 조용호, 서기석 후보자를 포함해 헌법재판관 9명의 과거 국회 인사청문회 질의응답과 서면답변서 등을 분석한 결과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재판관은 박한철 소장이 유일했다. 박 소장을 제외한 8명은 모두 '사형 선고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는 반면 생명권은 절대적 기본권이다'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등 사실상 폐지 의견을 내놓았다.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가 6명이기 때문에 5기 헌재에서 위헌 소송이 제기된다면 사형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2~3년 내에 사형제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대한 위헌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형제에 대한 헌재의 입장이 지속적으로 위헌 쪽으로 기울어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헌재는 1996년, 2010년 두 차례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했는데 1996년에 7명이었던 합헌 의견이 2010년에는 5명으로 줄었다. 더구나 '헌재가 합헌 결정을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사형제의 개선 내지 폐지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게 당시 법조계의 분석이었다. 한국이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는 점도 헌재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다수의 재판관이 '사형제 폐지는 개인적인 소견'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개인적 의견과 헌법적 판단을 구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기석 재판관 후보자는 "사형제 폐지론자이지만 위헌 여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한 헌재 관계자는 "아직 제기되지도 않은 사건을 미리 점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헌재는 폐지 의견이라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 국회가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재판관들은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한 이정미, 강일원 재판관을 빼고는 모두 존치 의견이었다. 현재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ㆍ고무죄 등 6건에 대한 위헌심판 사건이 헌재에 계류돼 있는데, 재판관들의 의견으로 볼 때 이들은 합헌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난해 8월 의정부지법이 제청한 간통죄(형법 제241조)에 대한 판단은 결과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의견이 엇갈렸다. 간통죄 폐지 입장을 밝힌 재판관은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 3명이고, 다른 재판관들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의견을 유보했다. 헌재는 2008년 간통 혐의로 기소됐던 탤런트 옥소리씨 사건과 관련해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당시에도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5명(헌법불합치 1명 포함)이나 됐다. 헌재 안팎에서는 "5기 헌재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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