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임명함으로써 박근혜정부의 조각이 뒤늦게 완료됐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52일만에야 새 정부 각료들이 모두 채워지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일부 장관의 낙마 사태로 정부 출범 동력이 꺾인 이명박정부의 내각 구성(3월 13일)보다도 35일 늦은 기록이다.
장관 공석 사태는 각 부처의 실∙국장급 인사 지연 등으로 이어지면서 새 정부의 국정 추진력을 추락시킨 것은 물론 경제난과 북한의 위협 공세 속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자고 나면 터지는 인사 실패를 초래한 청와대의 부실 검증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력 실종이 맞물린 결과이다.
지각 조각의 일차적 책임은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있다. 특히 자신이 눈여겨본 인사를 하향식으로 발탁하는 인사 스타일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박 대통령이 직접 고른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에서 유례없는 자질 부족 논란을 빚은 윤진숙 장관에 이르기까지 낙마자 상당수가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고른 인사들이다. 만일 윤 장관이 앞으로 업무 수행 과정에서 능력과 자질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박 대통령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수장이 가장 늦게 취임하게 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가 모두 박 대통령이 신설ㆍ부활시키며 공을 들인 부처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정치권에선 "야당조차 성공 인선으로 꼽는 채동욱 검찰총장은 '수첩'이 아니라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친 인사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인사위원회 등이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한 것도 '낙마→ 재인선→ 적격성 논란'이 반복되는 데 일조했다. 여기엔 박 대통령이 고른 인사를 '노'라고 하지 못하는 인사위 구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검증을 맡은 인사들이 대통령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초점을 두다 보니 낙마 사태가 반복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각 인선도 화를 키웠다. 대통령 선거일부터 정부 출범까지 두 달여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임기 시작 9일 전까지 총리와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만 임명했다. 인선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검증 시간이 부족해지는 등 부실 인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력 부재도 사태를 키웠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하면서 사전에 이를 야당에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밀실 개편 논란을 빚었다. 야당 역시 다른 현안들과 정부조직 개편안을 연계하면서 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인사는 급하게 해선 안 되며 선택의 폭을 넓힌 상태에서 시간을 두고 발표해 검증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추천 채널을 다양화해 인재 풀을 넓히고 측근 중심의 인사위 시스템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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