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이 냉정하고 차분해 테러에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람 신자를 범인으로 단정, 이슬람 전체에 악담을 퍼부은 보수인사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BBC방송 편집자인 마크 마델은 16일 "미국인들이 슬픔과 공포를 표현하고 있지만, 분노나 애국심 고취와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9ㆍ11과 같은 초대형 테러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고 9ㆍ11 이후 사람들이 변했거나 아직 사건의 전모를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평했다.
'노예 해방의 날'인 이날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는 거리 퍼레이드를 비롯해 콘서트, 불꽃놀이 등 기념행사가 당초 예정된 대로 진행됐다. 한 여성은 "어느 정도 걱정은 되지만 두려움 속에서 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보수 칼럼니스트이자 폭스뉴스 단골 게스트인 에릭 러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인이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트위터에 "이슬람인들은 악마다. 전부 죽여버리자"라고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 미국인은 트위터에 "이제 '이슬람인이 그랬다'는 선동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사실 관계부터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슬람권 전체를 겨냥한 그의 발언에 "보스턴 시민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역겹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사우디인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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