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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울리는 '나쁜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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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울리는 '나쁜 소비자'

입력
2013.04.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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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코트를 생산하는 중소 의류업체 A사는 최근 제품을 반품해 달라는 고객 전화를 받았다. 겨우내 입은 모피코트의 실밥이 느슨하게 재봉돼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당 고객은 매일 전화를 걸어와 인터넷에 제품하자 사실을 올리겠다는 협박까지 일삼았다. 결국 A사는 모피코트 가격을 전액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 A사 관계자는 "매년 봄마다 이런 고객이 있어 이제는 낯설지도 않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블랙 컨슈머'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블랙 컨슈머란 구매제품 사용 후 반품 또는 환불을 요구하거나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의 무상수리를 요구하는 등 보상을 목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나쁜 소비자'들. 블랙 컨슈머로 인해 애를 먹는 건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지만,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TV홈쇼핑을 통해 냉동만두를 판매하는 B사는 최근 '제품에서 뼛조각이 나와 목에 걸렸다'는 소비자의 민원으로 곤욕을 치렀다. 해당 소비자는 치료비 외에도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하며 "보상을 해주지 않을 경우 홈쇼핑 채널에 신고해 더 이상 제품판매를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했다. B사 역시 결국 해당 소비자가 원하는 액수를 보상해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블랙 컨슈머의 악성민원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 203개사를 대상으로 '블랙 컨슈머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3.7%가 소비자의 악성민원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훼손 방지', '고소, 고발 등 상황악화 우려'등을 이유로 블랙 컨슈머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준다고 답했다.

중소기업들은 블랙 컨슈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전담팀도 있고 필요하면 법적 소송까지 나서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인력도 조직도 지식도 없다"며 "중소기업을 도와 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법적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블랙 컨슈머로 인한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며 "정부는 소비자가 보호대상인 동시에 합리적 소비를 할 경제주체임을 인식하고, 건전한 소비자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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