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양이 말고 동물과 부대껴 본 적이 있는지.
전에 없던 동물원이 생긴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안에 '로스트밸리(Lost Valley)'가 20일 문을 연다. 펜스나 철망 같은 장벽을 설치하지 않은 생태형 사파리다. 에버랜드에 사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기존 사파리가 호랑이, 불곰 같은 맹수를 가까이서 '구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로스트 밸리는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 속으로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체험'에 가깝다. 만져보고 콧김을 쐬다 보면, 잠깐이나마 아프리카 사바나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바위 협곡, 동굴, 수로, 호수, 폭포, 늪이 4만 1,000㎡ 넓이에 다 들어 있다. 물론 인공의 공간이지만, 관람객이 보기 좋도록 흉내만 낸 건 아니다. 본래 서식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 동물들의 활동성을 강화해주기 위한 시설이다. 동물을 가까이서 접하고 싶은 인간의 바람과 동물이 본래 누려야 할 자연 사이의 간격을 한 단계 좁혔다. 관람객의 동선은 동물들이 사는 곳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기린과 얼룩말, 타조는 설정된 공간 속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다니는 길에서 함께 돌아다닌다.
교감형 사파리를 열기까지 에버랜드의 고민이 적지 않았다. 기존 사파리(사파리월드)는 맹수의 눈빛과 피 묻은 이빨 같은 자극적 요소를 가까이서 접하기 위한 시설이었다. 포효하지도 않고 관람객이 탄 차를 들이받지도 않는 사파리를 사람들이 찾아올까. 2010년 시범적으로 운용한 초식동물 사파리는 그러나 기대보다 호응이 컸다. 기린과 얼룩말을 만져 보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확인하고 에버랜드는 2년 동안 약 500억원을 들여 로스트밸리를 만들었다. 맹수 위주의 기존의 사파리월드도 계속 운영한다. 섬뜩한 자극과 따뜻한 교감, 앞으로 어느 쪽 앞의 줄이 더 길지 두고 볼 일이다.
로스트밸리에선 코뿔소와 코끼리,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 무플론, 바바리양, 세이블앤틸롭 등 초식동물이 산다. 땅코뿔새, 바위너구리 등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동물들도 있다. 기린과 얼룩말, 타조 같은 비교적 친숙한 동물도 만나게 된다. 나뭇가지, 열매 등 개별 동물의 습성에 맞게 개발된 장난감을 관람객이 직접 동물에게 주며 교감할 수 있다. 사육사의 설명을 듣고 먹이를 주며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개발 중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백사자, 치타, 하이에나 같은 맹수도 만날 수 있다. 초식동물인 코뿔소와 육식동물인 치타가 한 곳에 사는 모습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관람객은 특별히 개발된 수륙양용차를 타고 로스트밸리에 들어간다. 차엔 유리가 없다. 유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호기심이 많아 차 속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녀석과는 볼을 비벼볼 수 있고, 20종 150여 마리의 동물이 뿜어내는 냄새를 여과 없이 맡을 수 있다. 부분적으로 물 속으로 들어가 떠서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한 동물과 거리를 두게 된다. 이것저것 준비된 게 많은데, 특히 신경을 쓴 듯한 부분은 '이야기'다. 로스트밸리라는 이름엔 잃어버린 신비의 공간을 찾아가는 모험여행의 스토리가 담겼다. 사자의 우두머리인 타우와 코끼리의 우두머리인 줌을 찾아 잃어버린 계곡(로스트밸리) 속을 헤매다 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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