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에서 '정대세 극장'이 히트를 치고 있다.
북한 축구대표팀 출신의 공격수 정대세(29ㆍ수원 삼성)가 입단 때부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이슈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요인들로 관심을 끌고 있었지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 많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보통 선수와 달리 있는 그대로 감정을 드러낸다. 그라운드에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정대세는 벌써 두 차례나 눈물을 쏟았다. 지난 6일 대구와 리그 경기에서 수원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터트린 뒤 기쁨의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지난 14일 서울과 슈퍼 매치에서 어이없는 반칙으로 레드 카드를 받았을 때도 안타까움의 눈물을 보였다.
'정대세 극장'은 사실 지난 3일 본격화됐다.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에서 정대세는 2개의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역적'으로 몰렸다. 수원은 2-6 참패를 당했다. 주전 공격수 정대세는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일반 선수라면 화가 치밀어 올라 인터뷰를 거절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대세는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답하며 프로다운 자세를 보여줬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양산됐다.
세계 7대 더비 매치로 주목 받는 서울과 슈퍼 매치에서도 정대세는 과욕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불필요한 반칙 2개로 전반 40분 만에 경고 누적에 의한 레드 카드를 받은 것. 들끓던 '빅 버드(수원 홈 구장)'의 열기는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그러나 정대세는 '퇴장 이후'에 대해 또 입을 열었다. "라커룸에 쓰러져 수원이 동점골을 넣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경고 받은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렸다"는 솔직한 심정들이었다. 민망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도 있었지만 취재진에게 다시 한번 감정 표현에 충실한 것이다. 서울 관계자도 심판에게 아무런 항의 없이 퇴장하는 정대세를 향해 "남자네. 프로답네"라고 말했을 정도다.
경기장을 찾은 축구 팬에게 멋진 경기력으로 보답하기 위한 의욕이 충만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도 색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팬들은 '정대세 극장'의 다음 프로그램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슈퍼 매치 후 정대세와 개인 면담을 가졌다. 서 감독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굳이 냉정해지지 않아도 된다. 정대세는 앞으로 얼마든지 긍정적인 '정대세 극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징계로 1경기를 쉬는 정대세는 오는 20일 입단 문제로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대전과의 원정 경기에 다시 출격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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