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명문 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팝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1월 독일 바이에른 뮌헨 구단 행을 선택하자 세계 축구계가 깜짝 놀랐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끊임없는 러브 콜을 보냈던 첼시, 맨체스터시티, AC밀란 등 명문 구단들은 머쓱해졌다. 1980년대 세계 축구의 '엘도라도'라 불렸으나 이후 쇠락해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밀렸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는 독일어 강습이 때아닌 유행이다. 각 국에 설치된 독일 언어교육 기관인 괴테인스티튜트에는 독일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사상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 중인 경제대국 독일에서 '저먼 드림(German dream)'을 이루려는 이민 행렬도 줄을 잇는다. "갑자기 유럽 전체가 독일어로 말하기 시작했다."(독일 기독민주당 헤르만 그뤄헤 원내대표)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 독일의 저력은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에 회의가 증폭되면서 사회적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독일 모델이 주목을 끌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촘촘한 사회안전망, 패자부활이 가능한 시스템, 입시지옥 없는 실용교육이 탄탄한 독일을 만들었다. 독일 경제부흥의 주역은 크기는 작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뜻하는'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다. 이 용어를 만든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지난해 집계한 히든 챔피언 2,734개 중 독일이 1,307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 366개, 일본 220개 순이었다.
■ 우리 정치권에서도 요즘 독일 배우기가 한창이다. 새누리당 의원 56명이 연구모임을 발족했고,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분단국가 경험과 뒤늦은 산업화, 양질의 노동력 등 유사점이 많은 것도 독일이 각광받는 이유다. 제3의 모델인 스웨덴을 배우자는 열풍이 불었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다. 독일이든, 스웨덴이든 차분하고 진득해야 뭘 배워도 배울 것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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