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가왕'이 30대의 '국제 가수'를 눌렀다. 16일 정오 공개된 조용필(63)의 신곡 '바운스'는 발표 하루 만인 17일 오후 올레뮤직, 엠넷닷컴, 벅스, 소리바다, 네이버 등 8개 음원 서비스 사이트 실시간 차트를 석권하며 1위에 올랐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도 '조용필' '조용필 바운스' 등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 있다.
'바운스'의 기세에 12일 공개 이후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던 싸이의 '젠틀맨'은 5일 만에 왕좌를 내놓았다.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멜론에선 '젠틀맨'이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위에 올라 있는 '바운스'와 차이는 근소하다.
음원 서비스 사이트에서 '바운스'를 듣는 이용자들은 중장년 층의 기존 팬들이 아닌 20, 30대다. 멜론 마케팅팀 한희원 팀장은 "60대 가수의 신곡이 곧바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이용자 연령 분포 조사 결과 '바운스'를 듣는 이용자와 '젠틀맨'이나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듣는 이용자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3일 발표 예정인 10년 만의 새 앨범 '헬로'의 첫 번째 곡인 '바운스'는 '처음 본 순간부터 네 모습이 / 내 가슴 울렁이게 만들었어'라고 고백하는 모던 록 풍의 노래로 외국 작곡가가 선율을 만들었다. 경쾌한 피아노, 기타 연주에 뚜렷한 기승전결, 조용필 특유의 창법이 어우러진 곡이다. 녹음은 국내 스튜디오를 비롯해 영국 미국 호주 태국 등을 옮겨가며 악기 별로 따로 작업했다.
소속사 YPC프로덕션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했다. 네이버 홍보팀의 이소영 과장은 "앨범 발표 전 티저 영상, 청음회를 통한 기사 노출, 쇼케이스 생중계 등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요 전문가들은 조용필의 젊은 감각이 대중에게 적중한 것으로 풀이한다. 대중음악 평론가 송기철씨는 "조용필이 당대의 음악을 많이 듣고 고민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바운스'는 요즘 록을 듣는 사람도 관심을 가질 만큼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곡"이라고 말했다. 강태규 뮤직팜 이사도 "'바운스'는 특정 세대를 겨냥하지 않고 10대 초반에서 기존 팬까지 아우르려는 조용필의 노력이 녹아 있는 곡"이라며 "외국 곡을 가져오는 등 시장의 수요 지형도를 냉철하게 판단한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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