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이 17일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장례식 당일 반 대처 세력의 시위가 예고됐고, 앞서 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여파로 장례식은 최고수준의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장례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 있는 대처 전 총리의 유해를 3㎞ 떨어진 세인트폴 대성당까지 운구하면서 시작됐다. 영국기인 유니언잭에 싸인 대처 전 총리의 관은 17일 오전 10시 운구차에 실린 뒤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을 출발, 런던 시내 중심가인 세인트 클레멘트 데인스 성당에서 잠시 멈췄다. 유해는 이곳에서 왕실 근위기병대의 말 6마리가 끄는 포차(砲車)로 옮겨진 후 다시 행진을 시작해 세인트폴 대성당에 도착했다. 군 의장대와 런던 왕립첼시안식원 퇴역 군인 700여명은 운구를 맞이하며 군장(軍葬)의 예를 표했다.
BBC방송은 “고인은 생전 자신의 장례식이 검소하게 진행되면 좋겠다는 뜻에서 영국왕립공군(RAF)의 공중분열식을 사양했지만, RAF는 이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끝까지 호위했다”고 전했다.
장례식은 1시간 가량 진행됐다. 평소 15분마다 종을 울리는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의 대형시계탑 빅벤은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애도의 뜻에서 타종을 멈췄다. 애도의 의미로 빅벤이 타종을 멈춘 것은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장례식이 열린 1965년 이후 48년 만이다.
장례식장 주변과 런던 시내 주요 건물 등에는 경찰 4,000여명이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장례식장 주변은 물론 운구행진 전 구간의 쓰레기통 하나까지 모두 검색 대상이 됐다고 BBC는 전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런던 시내 모트레이크에서 유족만이 참석한 가운데 화장됐다. 화장된 유해는 왕립첼시안식원에 먼저 묻힌 남편 데니스 대처 경 옆에 안장됐다. 영국 정부는 첼시왕립병원과 인근에서 유족과 친지, 외빈 등을 위한 영접행사를 갖고 공식 장례 일정을 모두 마쳤다.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부부를 비롯해 전세계 170여개국에서 2,300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했다. 미국 대표로는 딕 체니 전 부통령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대처 전 총리 집권 당시 정치적 동반자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2004년 사망)의 부인 낸시는 몸이 불편해 가족 대변인이 대신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조문 특사로 참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장에 준해 치러진 대처 전 총리 장례식 비용은 1,000만파운드(171억원)로 추정된다”며 “고인의 정책에 대한 찬반이 첨예한 만큼 세금으로 충당된 장례비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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