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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뺨칠 국산 3D 고릴라… 할리우드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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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뺨칠 국산 3D 고릴라… 할리우드도 놀랐다

입력
2013.04.1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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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하는 고릴라가 주인공 털 한올 한올 살아있는 듯 생생4년 전 할리우드에 CG 의뢰 "800억원 소요"응답에 발 돌려김용화 감독 120억원에 완성… "함께 작업하자" 되레 러브콜도"기술 있어 영화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가 있어 기술을 만드는 것"

타석에 들어선 고릴라 링링. 짐짓 딴청을 부리던 링링은 투수가 공을 던지자 날렵하게 받아 친 뒤, 쿵쾅거리며 그라운드를 달린다. 육중한 고릴라 근육이 꿈틀거리고, 수북한 털은 바람에 휘날리고 몸짓으로 출렁거린다.

영화 '미스터고'의 주인공인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은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 자리한 덱스터디지털이란 곳이다. 김용화 감독이 사재를 털어 '미스터고'를 위해 만든, 3D 캐릭터 개발과 모든 특수시각효과(VFX) 공정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아시아 최초의 종합 VFX스튜디오다.

7월 개봉을 목표로 70%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미스터고'가 17일 덱스터디지털과 그 동안의 제작기를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컴퓨터로 만든 고릴라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VFX 중 가장 어렵다는 것이 털이 많은 캐릭터다. 그 수많은 털을 한올 한올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 게다가 이를 '아바타'와 같이 한국 최초로 풀3D로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 수십 번 때려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김 감독은 "결국 180명의 아티스트들의 미친 열정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미스터고'의 전 분량엔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들어간다. 고릴라가 나오는 장면만도 900숏이 넘는다. 할리우드가 만든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는 150숏만 나왔는데 그 VFX 비용만 65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미스터고'의 순제작비는 225억원. 이중 VFX 비용은 120억원에 불과하다. 김 감독이 4년 전 VFX를 맡기려 할리우드를 찾았을 때 그들은 800억원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김 감독과 VFX 총괄 슈퍼바이저인 정성진 감독은 이를 악물고 맨땅에 헤딩하듯 문제점들을 해결해갔다. 8명으로 시작한 직원은 이제 180명으로 늘어났고 그 사이 새로운 3D기술을 찾아냈고, 가장 어렵다는 털을 완벽 표현해낼 수 있는 독자적인 실로스 시스템도 개발해냈다.

김 감독은 "우리가 이런 걸 만든다고 비웃던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막상 와서 보고는 깜짝 놀란다. '미스터고'이후 같이 작업하자는 제안도 여러 곳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120억과 800억은 분명 의미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쏘나타를 미국에 팔 때도 8분의 1 가격으로 내놓진 않는다. 우리가 독자 개발한 효율적인 시스템과 앞선 기술, 무한한 열정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이'위험하고 미친 프로젝트'를 완성해낼 수 있던 것은 새 기술을 찾아낸 R&D팀의 힘이 컸다. 김 감독은 "기술이 있어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가 있어 기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임스 카메론, 피터 잭슨,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작품을 보며 영화의 꿈을 키운 감독은 "결국 영화의 미래는 꿈을 보여주는 이런 곳에 있지 않겠냐"며 "할리우드가 아닌데 하는 패배감으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보낸 시간들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덱스터디지털을 키워 5년 내에 할리우드의 유명 VFX스튜디오인 ILM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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