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차기 대형 공격용 헬기(AH-X) 기종으로 미국의 AH-64E(아파치 가디언)가 최종 선정됐다. 북한군의 기습 침투 수단인 공기부양정과 수도권으로 진격하는 전차 부대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방위사업청은 17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6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육군이 운용할 대형 공격헬기로 미 보잉사가 제작하는 AH-64E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AH-64E는 현재 주한미군이 보유한 AH-64D보다 성능이 뛰어난 최신 기종이다. 헬기의 도입에는 수출국 정부가 업체로부터 무기를 사들인 뒤 수입국 정부에 넘겨주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이 적용됐다. 정부가 첨단 기술의 유출을 통제하려 할 때 쓰는 방식이다. AH-64E를 구매한 나라는 미국과 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우리나라는 예산 1조8,000억원을 투입, 2016~2018년 이 기종 36대를 도입하게 된다.
대형 공격헬기는 2008년 합동참모회의에서 도입이 결정된 후 지난해 5월 AH-64E와 미 벨사의 AH-1Z(바이퍼), 터키우주항공사의 T-129가 제안서를 제출해 3파전을 벌여 왔다. AH-64E는 가격과 절충교역(무기 판매국이 구매국에 기술이전 등 반대급부를 주는 무역 방식)에서 경쟁 기종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성능과 운용적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낙점됐다고 방사청은 밝혔다. 미 측이 아파치 계열 헬기 1개 대대(24대)를 주한미군에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기종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백윤형 방사청 대변인은 "대형 공격헬기가 낡은 헬기들을 대체하면 북한군 기갑 전력의 수도권 위협과 국지도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탱크 킬러'로 불리는 AH-64E는 육군이 가장 바랐던 헬기다. 무장이 다양하고 성능이 월등해서다. AH-64E는 레이저 조준으로 8㎞ 떨어진 곳에서 적의 전차나 벙커를 격파할 수 있는 공대지 유도 미사일 '헬파이어' 를 16기나 장착할 수 있다. 8㎞ 반경 내 256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사격통제레이더 '롱보'는 AH-64E에서 성능이 더 개선됐다. 군 관계자는 "롱보는 고가여서 3~6대마다 1대에만 장착하고, 데이터 송수신 장비로 다른 헬기에 표적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가격 협상 결과 사업비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헬기 선정 결과가 상반기 중 기종이 결정될 3차 차기 전투기(F-X) 구매 사업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예산 8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F-X 사업 입찰에는 보잉(F-15SE)과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ㆍ유로파이터), 미 록히드마틴(F-35A) 등 3개사가 들어와 있다. 직전 F-X 사업(F-15K)에 이어 공격헬기 사업을 수주한 보잉이 3차 F-X까지 독식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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